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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Dec 29. 2019

사람, 캐릭터를 쉽게 그리고 싶을 때 참고하세요.

처음부터 실제 사람을 그리려 하지 마세요.

지난번에 https://brunch.co.kr/@gys3888/59​ 난이도를 조절해서 그리기 팁을 알아봤다.


이번에는 사람, 캐릭터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여기에는 정답은 없다. 처음부터 사람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 사람은 무조건 졸라맨으로 그리는 아이가 있다. 내 경험상 남자아이들 대부분은 사람 그리기를 싫어하거나 졸라맨으로만 그려버리는 경향이 강했다. 대신 공룡이나 자동차는 피부 질감이나 헤드라이트 모양까지 세밀하게 그린다. 학원비를 내는 엄마로서는 약간의 배신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엄마 그리기를 싫어하고 아이언맨 같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사람 그리는 걸 힘들어한다.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만지며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례가 약간만 이상해도 어색해 보인다.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은 이게 스포츠카인지 세단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아이나 어른이나 매일 보기 때문에 눈매, 입술 생김새 만으로도 누군가를 유추할 수 있고 반대로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다. 가끔 얼굴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때 사실적으로 그려버리면 이상하게 어색해진다. 차라리 만화처럼 간단하게 이목구비를 처리하면 부탁한 사람이나 그리는 사람이나 행복해진다. 그만큼 얼굴, 사람은 쉽게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리기 난이도도 높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럼에도 아이는 사람을 그리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 한다. 졸라맨으로라도 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그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인체 비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근육의 위치, 얼굴의 형태, 모든 것들이 이상해 보인다.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미술 전공자가 아닌 이상 사람을 그리는 건 웬만한 애정이 없으면 힘들다. 곧바로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팬카페에서 강퇴 당하는 짤. 자세히 그릴수록 상대방, 그리는 사람 모두 상처가 깊어진다.

레고 피겨를 그려보자.

어릴 적 우리가 가지고 놀던 레고 피겨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판매층이 성인까지 넓어지면서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피겨들이 있다.

미니 피규어 시리즈. 과거 클래식 피규어를 생각하면 천지개벽이다.

다양한 코스튬, 오히려 피겨를 통해서 온 세상 사람들을  만날 지경이다. 여기에 마블 시리즈와 합작으로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피겨도 있다.

마블, 디씨 코믹스.. 어른과 아이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는 모두 피규어화 되어있다.

피겨를 통해 쉽게 그릴  있다.

레고 피겨는 대표적인 간략화, 단순화의 표본이다. 지난 수년간 아이들과 레고 피겨 그리기를 진행했다. 디테일하고 현실감 넘치는 CG 캐릭터도 레고 피겨화 되면 굉장히 그리기 쉬워진다.

예로 타노스를 보자. 타노스 얼굴의 주름만 봐도 그릴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피겨는 어떨까?

보다시피 잔주름은 지워지고  외에 장신구들도 단순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타노스임을   있다. 비유를 하자면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한 것이다. 쓸데없는 것은 없애고 특징만 남겼다. 이렇게 되면 부담이 적어진다.


그림을 정말로 그리기 싫어하는 5세 남자아이. 하지만 레고 피규어 만큼은 도전해볼 수 있다. 그만큼 인지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인지부하(cognitive load) 말이 있다. 학습활동이 일어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시스템이 요구하는 정신적 노력의 총량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배울  뇌가 소모하는 정신력을 말한다. 쉬운 것을 배울 때는 인지부하가 낮은 반면 어려워질수록 높아진다. 위의 타노스가 대표적인 예다. 왼쪽의 실물 느낌의 타노스를 그리려면 엄청난 관찰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몸의 비례는 동양인과 다르게 서양인의 비례를 참고해야 하며  주름은 어떤가?  배에 있는 근육들까지 보다 보면 그리기는 아득히  일이 된다. 머리가 아파온다.  엄청난 부하, 부담이 뇌에 전달된다. 결국 포기한다. 하지만 레고 피겨는 관찰의 한 단계를 대신해 준다. 쓸데없는 주름, 명암을 지워줌으로   쉽게 특성을 파악하게 해 준다. 무엇이 타노스다운 것인지 깔끔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턱살 주름은 지우지 않고   선명하게 표현한 것이다.


나이에 따라 적당한 인지부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그래픽이 좋아져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실물만큼이나 정교하다. 그만큼 그리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부담을   있도록 레고 피겨를 참고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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