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검사에 수리능력을 직접 측정하는 소검사는 일단 없다.
그나마 유동추론 지수가 관련성이 높지만 수학 성적을 대변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수학성적과의 상관 관계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 머리' 즉 '수학 지능'이 좋아야 수학 점수가 높고, 수학을 잘한다고 알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실 지금도 '수학'이라고 하면 망설여지고, 자신 없어했던 학창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박왕근 교수님의 [수학이 안 되는 머리는 없다]에서 오히려 지능이 너무 높아도 수학을 꼭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들, 즉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서 깊은 몰입(그에 따르는 시간도 함께)을 요구하는 수학적 사고에는 오히려 충돌이 된다는 것이다. 두뇌 회전이 빠르면 그만큼 답을 빨리 도출해 낸 경험이 어쩌면 자신의 성공경험으로 쌓여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오래 붙잡고 파고드는 힘이 필수적인 '수학'에서 빠른 답을 얻어내지 못할 때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욱 크게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생각이 막히는 순간 문제의 심연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한 채 문제를 회피해 버리게 되고, 자신의 수준보다 더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는 '실패할까 봐', '빠르게 답을 도출하지 못할까' 두려워 도전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학습'에 있어서 가장 주의하고 지양해야 할 태도 중 하나다.
따라서 IQ가 높더라도 집요함, 인내력, 정서적 안정성 같은 성향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학적 성취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많은 학습 코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갖추어진 최고의 환경도 타고난 지적 능력도 학업성적의 승패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보다 훨씬 다채롭고 복합적이며 다루기 어렵기도 한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말이다.
예컨대, 부모님의 잦은 다툼, 비일관되거나 과도한 보호와 기대와 같은 양육태도 등의 외적 요건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다단하게 발달 중인 청소년 시기에 감당할 수 없는 외부 조건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관계가 안정적이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긍정적이라고 해서 아이의 마음이 다 괜찮냐? 자존감이 다 건강하냐? 그것도 아니다. 불안, 우울, 여러 부정적인 감정과 정신건강의학적 문제의 원인들은 너무나도 복합적이라서 '감기'라고들 말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마음을 관리해서 학업 성적도 좋아질 수가 있을까?
마음도 학습도 비슷한 방식으로 향상되고, 증진된다.
다시 말해, 학습도 작은 성공경험으로부터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이 발달되어 점차 내재적 동기가 증진되는데,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을 때 극복했던 경험들이 쌓여 마음의 근육이 키워나가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극복하지 못했노라고', '여전히 과거 그 사건으로부터 힘들다고' 말이다. 내가 말하는 '극복'은 '성공신화'와 같은 거창한 '극복'이 아니다.
우울하고 불안하여 딱 죽고 싶을 때가 있었거나 있거나 앞으로 있을지 모른다. 우리 사람은 그리 강인한 것 같지 않지만 또 그리 나약하지도 않아서 우리의 뇌가 영원히 우울하고 불안하게끔 두지 않는다.
힘들다가도 잠시 주의환기가 되기도 하고, 불안해서 죽겠다가도 어느 순간 가라앉기도 한다. 우리는 힘든 순간에 완전히 빠져들어 힘들지 않은 순간의 기쁨을 과소평가하고,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우리는 잊지 않고, 반드시 괜찮아진 그 순간을 알아차려 붙잡고, 기억해 둬야 작은 성공경험의 발판으로써 마음의 토양으로써 쌓아나갈 수 있다.
"심하게 우울해서 병원이나 센터를 방문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으세요?"에 대한 물음에 "네"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동시에 "심한 우울에서 (잠시) 벗어난 적이 있으세요?"에 대한 물음에 "네"라고 대답할 사람들은 더 많다.
영원한 우울은 없다고 했다.
영원한 불안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