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지능검사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담 장면에서 학부모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요즘은 마치 예방접종이나 영유아 검진처럼, 주기적으로 지능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3년 간격으로 검사를 반복하면서 아이의 ‘지능 점수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임상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지능검사는 결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할 성격의 검사가 아니다.
건강검진은 조기 발견과 예방이 목적이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발달 단계에 맞게 신체나 언어, 인지발달 수준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혹시 모를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목적이니 당연히 주기적으로 받는 게 맞다. 하지만 지능검사는 그렇지 않다. 지능은 단순히 점수로 측정되는 수치가 아니라, 현재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도구다. 지능검사의 본질은 ‘아이의 두뇌 기능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강점과 약점의 패턴을 파악하고 아이의 학습과 발달을 이해하기 위한 지도(map)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IQ는 현재도 움직이는 중이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일상과 학습 등 후천적 자극들이 모이고 모여 바뀌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확확 바뀌는 것이 아니다. 1년, 2년 주기도 짧고 오히려 불필요하다.
지능 검사를 왜 받는 것인지, '사유'가 명확해야지만 빛을 발하는 '심리'검사니 말이다.
지능검사가 정말 필요한 순간은 의심되는 학습문제가 나타났을 때, 진로와 학습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있을 때, 또는 발달상의 특수한 어려움이 의심될 때, 특히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이 때는 종합심리평가를 당연히 권고한다)다. 즉, '사유', '이유'가 분명할 때 받아야 하는 검사다.
예를 들어,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었는데 특정 과목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단순한 노력 부족이 아니라 인지적 처리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 있어서 이때 지능검사는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단순히 “학년이 바뀌었으니 또 검사해야 한다”는 식은 불필요하고, 돈과 시간, 에너지 낭비만 될 뿐이다.
부모님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건, 지능검사는 마치 시험 점수를 확인하는 듯이 IQ 점수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아니라 결국 아이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과제에서 즐겁게 몰입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좌절을 크게 느끼는지, 어떤 환경에서 잠재력이 잘 드러나는지, 강점을 극대화시켜 주고, 약점은 보완해주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그 의미가 있다.
병원, 상담센터, 공공기관 등 임상 현장에서 일을 해 본 나의 개인적인 결론은 이상행동이나 뚜렷한 문제행동이 있지 않은 이상 지능수치는 정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괜한 수치를 확인해서 좋을 것이 없어 보였다. 점수에 아이를 오히려 가둬놓는 것 같달까.
“우리 아이가 잘 크고 있나” 걱정이 되어서 센터를 알아보고, 지능검사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모님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진로나 적성, 미래 직업 선택 등과 관련해 누구나 하는 발달과정 상의 공통된 관심사와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그 답은 우리 아이들 안에 있다. 돈을 주고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아이의 주변 친구,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 내면에 반짝이는 고유의 강점과 특성들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그 보석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으면 한다.
어렵다. 특히, 부모님에게는.
그리고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 차기 쉽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초심, 아이가 걸음마를 뗐을 때 환호했던 그 시절 부모님의 모습, '엄마', '아빠'라고 서툴게 발음해도 감동받아 눈물짓던 그때의 부모초심으로 돌아가 아이의 작은 말과 행동마저도 어여삐 봐달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