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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쌤 Oct 17. 2024

고통이 없어야 행복하다는 착각

인생은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며, 행복은 그 과정 속에 있다.

우리는 흔히 고난이나 고통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이 마법처럼 사라지기를 소망하곤 합니다. 저 역시 어릴 적에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처럼 편안하고 걱정 없이 하루종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삶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고통이 없는 삶을 추구하다보면 우리는 오히려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생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불교에서는 인생이 괴로움의 연속이라 하여 8고, 즉 여덟 가지 고통을 제시합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인 생로병사(生老病死),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인 애별리고(愛別離苦), 싫어하는 이와 만나는 고통인 원증회고(怨憎會苦), 원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인 구부득고(求不得苦), 탐욕이나 집착에서 생기는 고통인 오음성고(五陰盛苦)가 그것입니다. 누구도 늙고, 병들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등의 고통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 속에 고통이 없는 찰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은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른 고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고통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며, 인생을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그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핍감에 괴로워하며, 욕망이 충족되면 잠시 만족하지만 곧 권태로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격무에 지쳐 꿈꾸던 휴양지로 떠난다고 해도, 며칠간은 행복하고 만족스럽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권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철학자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적인 철학을 뛰어넘고자 했습니다. 니체는 인간의 삶이 끊임없는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며, 행복은 그 과정 속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이 험난한 삶을 살아도 자신의 힘이 고양된 것을 느낄 때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곤하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눕는 사람이 아니라, '힘에의 의지'를 품고 꼿꼿한 자세로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니체가 현대의 '욜로족'이나 '소확행' 같은 단어들을 접했다면, 현대인들이 쾌락과 만족에만 연연하여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세상을 고통만이 가득한 곳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고통 없는 삶을 목표로 삼으면 조금만 힘들어도, 조금만 불편해도 삶이 불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을 바꿔 봅시다.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세상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생명력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를 가지고 삶의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오히려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고통이 없어지기를 소망할수록 고통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고통 없는 행복은 허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고통을 수용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큰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추천 도서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박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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