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착각
"저는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르면 불행해요. 좋기만 할 수는 없을까. 기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에게 늘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요."
'왜 사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행복'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는 이유도 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죠. 요즘은 서점을 가든, 유튜브 동영상을 보든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체를 접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행복 강박'에 빠진 것처럼 불행한 일이 생기면 '왜 내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가치에 이토록 주목을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닙니다. 문명 사회 이전 원시인들에게 인생의 목적은 아마도 '생존'이었을 것이며, 근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꿨을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빈곤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이 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불행에 시달리면서 심리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이 이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1998년 미국 심리학회 회장이던 마틴 셀리그만 (Martin Seligman)이 긍정심리학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복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2012년부터 UN에서는 세계행복보고서를 발간하며 국가별 행복 지수를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본다면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요? 맹목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감정만을 추구하고, 부정적 감정을 터부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행복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들마저 행복을 향한 여정의 장애물로 여겨 삶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마주하면 금세 좌절하고 불행함을 느낍니다. 이처럼 역설적이게도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착각 때문에 우리는 행복에서 멀어지곤 합니다.
인생에 있어 행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식사와 같은 작은 행복들의 순간들은 매우 소중합니다. 하지만 '행복'을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보면서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탐닉하려 할 때 사람들은 되려 불행에 쉽게 빠집니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역경들을 마주하며 이겨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여러 장에 걸쳐서 언뜻 보면 행복으로 향하는 '옳은 생각' 같지만 되려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불행해지게 만드는 '착각'에 대해 글을 쓰려 합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에게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행복보다 중요한 것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