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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쌤 Aug 08. 2024

긍정적이면 다 잘 될 것이라는 환상

유독한 긍정성 (Toxic Positivity)

긍정적인 생각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문제 해결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이며,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유익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는 것은 왜곡된 생각이며, 때로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유방암으로 치료 받던 중 다른 환자들의 '암은 축복이다'라는 극도의 긍정주의적 태도를 목격하고 자신의 저서인 <긍정의 배신>에서 현대의 긍정주의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는 당신이 마음에 소원을 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언뜻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개인의 성공이나 실패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게 되는 노력 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빠지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누군가 실패한다면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가 충분히 간절하게 바라지 않아서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암이 호전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환자는 암이 점차 악화될수록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에 실패했다는 자책에 빠집니다. 



유독한 긍정성은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어려운 상황을 무시하거나 억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픔, 분노, 실망과 같은 감정들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유독한 긍정성은 이러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억누르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서적 피로와 혼란을 초래하며, 감정적 회복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한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은 우리가 특정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뉴스를 멀리 하고, 부정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긍정주의적 메세지는 역설적으로 세상에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큰 수술을 앞둔 의사는 '다 잘될 것이니까 걱정마세요'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최악의 순간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수술에 임하는 의사를 원하고, 비행기 승객은 최악의 기상 이변이나 엔진 이상에도 대처할 준비가 된 조종사를 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사고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고와 지나치게 부정적 사고는 모두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현실 대신 환상을 받아들입니다. 이 세상은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이, 기쁨과 슬픔이 모두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험에 대해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하는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합니다. 긍정주의자들은 외부의 위협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속 부정성에 대해 온종일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현실 속에 있기에 자신의 내면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행동을 취해야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인정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면, 문제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사고를 유지하고,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진정성 있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추천도서: 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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