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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늼 Feb 21. 2017

07. 죄송합니다. 일 못하겠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취준생이 되었다.

06. 대표라는 직업과의 면접 (이어서)


0.

후 떨린다. 할 수 있을까? 안 해본 걸 한다는 건 언제나 너무나도 어렵다. 거절한다는 것. 나에게는 쉬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이 안했고, 되도록이면 수긍했다. 그렇게 남에게 끌려가던 시절을 지나고 이제 선택을 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나이가 되었다. 면접이 끝나고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고, 뜻하지 않은 변수들도 나타났다.


1.

'대한민국에 사는 성인이 시간을 들여서 면접에 합격한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이유가 필요했다.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 또한 매우 어려운 전제 조건이었다. 일단 '나는 일을 하고 싶은 가?'에 대한 대답은 '예스' 였다. 일은 하고 싶다. '왜 거기서는 일 하지 않는 거야?' 보다는 솔직히 '나는 어떤 곳에서 일을 하고 싶은가?'가 중요 했다.


나는 어떤 곳에서 일을 하고 싶은가?



A. '저녁이 있는 삶' 보다는 '저녁을 꿈 꾸는 삶'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값을 지불해야한다. 그 가치에 지불해야하는 값이 시간이라면 시간을, 그것이 돈이라면 돈을 지불해야한다. 우리는 세상에 다양한 가치를 다양하게 꿈꾸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적어도 가치를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면, 목표를 세우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갈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지만 현재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값을 지불해야한다.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해서 그것을 지불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돈을 부르기도 하고, 가족과의 행복을, 심지어 시간은 시간을 낳기도 한다. 나는 미래에 내가 원할 때 쓸 수 있는 시간을 얻기 위해서 현재의 시간을 나의 능력이라는 가치로 바꾸고 싶다. 그리고 이 능력을 사용해서 추후에 더 많은 시간을 얻고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의 저녁을. 내일이 아니더라도 내일 모레의 저녁을 꿈꾸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다.


B. 학습(學習)의 중요성. 배우고 익힌다.

나는 학습을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도움 중에서 가장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학습이라고 생각하는데, 학습이라는 것은 2가지 방법으로 행해진다. 배우고+익힌다. 배우는 것은 또 2가지 방법으로 행해진다. 가르치고+얻는다. 그렇기에 배운다는 것은 분명 2명이 있을 때 가장 큰 효율을 낼 수 있다. 익히는 것은 1명일 때 가장 큰 효율을 가진다. 다만 2명이 하는 것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학습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도움의 중요성을 알기에 함께 하는 방법을 알고, 무언가를 얻는 것의 감사함을 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할 줄 알고, 나를 넘는 노력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학습하기를 즐기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C. 행복의 기준이 나에게 있는 사람.

나는 스스로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아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변할 수 있다. 나는 끊임 없이 변하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나를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에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는 행복의 기준이 스스로에게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남이 우월하다고 스스로가 불행하지 않고, 스스로가 우월하다고 남을 업신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떡볶이가 좋기 때문에 오늘 순대를 먹어도 내일 먹을 떡볶이와의 조합을 상상할 것이고, 오늘 백수가 된다해도 조급해 하지 않고 미래에 있을 일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함께 일을 해도 상대방의 행복을 존중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큼 저들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도 존중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 또한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고, 알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일 하기를 원한다. 서로의 행복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함께 일을 해도 행복하다.



2.

내가 면접을 봤던 곳이 이 3가지 기준과 모두 다 다르진 않았다. 물론 다른 환경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좋은 상사가 있었던 곳이었던 만큼 꾸준히 노력하는 회사 임은 분명했고 일부 노력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나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그 곳의 대표님 또한 인정한 곳이었다. 나의 가치관이 아니라 현재 당신이 필요하기에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곳에서는 일할 수가 없었다. 떨렸지만 50초도 되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을 하고 그 이유는 개인사정이라고 이야기 하기 까지 50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결국 생애 처음으로 시작한 취준생을 그만 두게 되었다. 처음으로 취준생이 되어서야 3개월 만에 이제는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을 위해 스스로를 노력하는 나는 내 자신이 되기로 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나는 더 이상 취준생이 아니다.



끝.


08.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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