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단단 Jan 19. 2021

당신의 성공은 무엇인가요

'성공'을 생각해보다

어느 날 오후, 회사 동료와 신해철이 말한 성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고 신해철 씨는 그의 생애 마지막 강연에서 마흔 살 성공의 기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마흔 살에 성공했다의 기준은 내가 얼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새끼를 안 보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그게 성공이에요.


사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 모든 직장인은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꼰대 같은 상사, 얌체 같은 선배, 안하무인 고객. 어떤 유형이든 한 명쯤은 회사에 있기 마련이다. 돈을 받고 일을 하기로 계약되어 있는 직장인으로서 싫은 사람쯤은 참고 업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월요일이 되면 '다시 또 그 얼굴을 봐야 한다니'하며 부글대는 마음을 부여잡고 출근해야 하는 현실은 어쩔 수가 없다.


싫은 사람 안 보고 살 수 있는 게 성공이라니 역시 신해철이다. 참신하다. 많은 사람들도 댓글로 공감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해철의 이야기에 빼놓지 않고 나오는 댓글이 있다. 그 댓글들의 요지는 이거다.


"역시 사람은 능력 있고 돈이 있어야 돼!"




그들의 논리는 이렇게 된다.

능력 있다 = 돈이 많다 = 원하는 것은 돈으로 다 할 수 있다 = 싫은 사람도 안 보고 살 수 있다 = 성공!


일견 맞다. 충분히 그럴듯한 생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능력이 곧 성공이다라는 명제에 누가 이견을 달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모든 문제를 돈으로 결론짓는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저 이야기를 돈과 능력의 이야기로 등치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과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나는 싫은 사람과 좀 마주해도 괜찮아'하는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해철 씨도 마흔 살의 성공을 '돈과 능력'이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가, 그리고 그렇게 말하지 않은 신해철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나도 최소한의 돈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번 돈을 빼고 생각해보자. 돈, 자산, 부동산, 자동차 등등 자본주의적 가치를 빼고 한 번 생각해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돈과 등치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강력한 명제라 그렇게 주장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다음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진짜 우리의 행복과 성공은 그다음 질문에 있다.


내가 신해철 씨의 이야기에 무릎을 탁 친 이유는 그의 성공에 대한 정의가 공감이 가면서도, 신해철이라는 사람의 거침없는 가치관을 명확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찰력 있는 작문을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도 돈을 빼고 각자의 성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우리가 돈이 생겼을 때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지 알 수 있다. 아니 돈이 없을 때도 우리는 성공의 삶을 살 수도 있다.




나는 살면서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이 많아도 공간적, 시간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은 부럽지 않다. 돈을 떠나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또 다른 성공과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본 성공을 조금 나열해보겠다.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게 성공.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줄 친구가 있다면 그게 성공.

내가 하는 일로 많은 사람이 만족을 누린다면 그게 성공.

원할 때 그게 무엇이든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

이디야와 스타벅스가 있을 때, 고민 없이 스타벅스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면 그게 성공.

누군가 힘들 때 시간이든 돈이든 부족함 없이 도와줄 수 있으면 그게 성공.


오늘 밤 당신의 잠들기 전 5분을 빌려야겠다.

당신의 성공은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