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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Feb 03. 2021

자꾸만 포기하고 싶어질 때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어느 날 오전, 브런치에서 그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림이 왔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천 명 알림도 어안이 벙벙한데, 천 단위로 만 명까지 알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조회수가 2000, 3000,,,,,,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 날에 쓴 운동 관련 글이 다음포탈과 카카오톡 #탭에 소개가 되었던 것이다. 식단과 운동을 한 경험을 30대 남자의 관점으로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궁금하게 생각해주시고, 공감을 해주셨나 보다. 보통 내 브런치 글은 하루에 30명 정도가 들른다. 그런데 이 글을 3일간 10만 명의 사람들이 읽어주셨다. 그리고 많은 공감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을 찐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이 감사했다.


글을 썼는데 10만 명 넘게 봤으면, 이제 글쓴이는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뿌듯한 성취를 쉽게 잊는다. 자신이 무슨 칭찬을 들었는지, 무슨 상을 받았는지, 어떤 뿌듯한 감정을 느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아서 내 소중한 성취도 별 거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일까.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부침에 자존감이 떨어져 자신의 탁월함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게 돼버린 것일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동기부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신중론자이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은 아마 먼 옛날의 나 같은 사람이 만든 말이 아닐까 싶다. 대충 두드려도 돌이구만 뭘 그렇게 두드려봐야 하는 성격인지... 암튼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나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내가 경험한 성취와 칭찬을 소중히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은 내가 그 일을 지속할 힘을 주고 동기부여를 해준다. 마치 약효가 떨어질 때쯤 다시 약을 섭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성취가 없다고? 아니다. 눈을 더 씻고 찾아보자. 지나치듯 들었던 아주 작은 칭찬이라도 찾아내자. 그리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나의 상으로 여기자.


중요한 것은 의도적이라는 말이다. 일정한 주기로 그것을 동기부여로 삼아야 한다. '우연히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걸로 힘을 내자' 이 정도이면 안된다. 무언가 없을 땐 주위 친구에게 피드백이라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든 약효는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건 내가 나를 위해 만드는 매우 주관적인 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한다. 보석상자에 보석을 모으듯, 나에게 힘을 주는 이 일들을 잘 모아서 상자에 넣고 잊지 않아야 한다.




나에겐 글쓰기가 특히 두려운 일이었다. 나도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작년 11월쯤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나인데, 이건 언뜻 봐도 돌다리조차 아닌 게 명백했다. 하지만 발을 디뎌보고 싶었다. 돌다리가 아니어도 건널 수만 있다면 건너보고 싶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서도 내 글쓰기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중간에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 그만둘까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했다. 그럴 때 아래와 같은 일들이 나에게 다시 동력을 불어넣어줬다.


브런치 합격했을 때

글쓰기 멘토와 같은 분이 통찰 있는 글이라고 댓글 달아주셨을 때

한 스포츠 사이트로부터 러닝에 대해 쓴 글을 기고 요청받았을 때

친구가 내가 쓴 글이 잘 읽힌다고 말해줬을 때

글 하나가 다음 포탈, 카카오톡 #탭에 소개되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봐주었을 때


마치 풍선이 가라앉으려고 할 때 손으로 톡톡 쳐서 올려주는 것처럼, 이런 일들은 내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나를 격려해주는 힘이 됐다. 앞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계속 모으고 잊지 않을 예정이다.


혹시 자신이 전형적인 작심삼일형 인간인가? 그렇다면 삼일마다 또 그저 작심할게 아니라 칭찬을 해보자. 그것도 실제 있었던 일로, 근거를 가지고, 아주 구체적으로 해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칭찬도장까지 꽝 찍어서 영구보존을 하자. 언젠가 다시 마음 약해져 있을 내가 잊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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