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에 다른 SNS는 범접할 수 없는 현실감
[2021년 2월 4일 오전] 친구들과의 카카오톡 채팅방
법하는 어피치 : 얘들아 클럽하우스 가입한 사람 나도 초대해줘!
보험하는 프로도 : 클럽하우스가 뭐임?
미국사는 무지 : 나 초대장 하나 있다. 이거 오디오 참여형 SNS인데 요즘 미국에서 완전 핫해.
법하는 어피치 : 어 나 초대해줘. 나 그거 궁금해.
미국사는 무지 : 근데 이거 아이폰밖에 안된다.
법하는 어피치 : 갤럭시 안돼???! 아, 서럽다
나 : 그게 뭐야? 나 아이폰인데 그럼 나 줘 봐ㅋㅋ
이렇게 얼떨결에 뭔지도 모르고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았다. 아니, 근데 클럽하우스가 뭔데? 얘기를 들어보니 새로운 SNS 서비스다. 대신 글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고 영상도 아니다. 오디오로만 대화방에 참여하는 SNS란다. 그리고 내 피드라는 것도 없다. 다른 사람을 눌러보니 보이는 건 프사 하나와 각자 적은 프로필뿐이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너무 심플해서 오히려 당황스럽다.
피드 탭을 눌러보니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방들이 주르륵 나왔고,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 방은 어딨지? '미국사는 무지'의 팔로우를 따라 관심 있는 한국 사람을 팔로우하니 하나 둘 우리말 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이나 IT기술 관련 대화방이 많이 보인다. 영어 고민 나누는 방도 있고, 고양이 자랑이 주제인 방도 보인다. 술 마시면서 잡담하는 방도 보인다.
나는 다른 SNS는 그렇게 끌린 적이 없다. 그런데 이틀 정도 둘러보니 클럽하우스는 뭔가 결이 달랐다.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이 시대에, 콘텐츠가 사진에서 심지어 영상으로 넘어가는 이 시대에 시각적인 것이 완전히 배제된 SNS가 나왔다. 글로 소통하던 블로그와 트위터, 사진으로 소통하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영상으로 소통하는 유튜브와 틱톡. 이제 어떤 새로운 SNS가 더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오디오일 줄은 생각을 못했다.
시각적 요소를 배제한 이 방식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진보한 리얼리티를 경험하게 해 준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
1 친근감
다른 미디어들은 잘 정제된 콘텐츠가 올라온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잘 만들어진 영상, 인스타에 올라오는 잘 만들어진 사진, 팟캐스트에 올라오는 세련되게 기획된 라디오 방송. 그렇기에 우리가 잘 소비하긴 했지만 직접 참여할 수는 없었다. 일반인인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그 어느 유명인사가 와도 그냥 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뿐이다. 근사한 인트로 배경음악도 없고, 잘 짜인 대본도 없다. 근데 이렇게 꾸며지지 않았기에 지금 방에서 잠옷 입고 듣고 있는 내가 손들기를 누르고 말해도 어색함이 없다.
어제오늘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녀보니 유명인사 분들이 정말 많았다. 배우 하연주 님, 배우 장근석 님, 아나운서 오상진 님, 알쓸신잡 2 장동선 박사님, 구글 전무 김현유 님,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님 등 여기에 다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며칠 새 이 곳에 나타나서 클럽하우스를 즐기고 계신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이 분들이 왜 이렇게 가까이 있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고 존경하는 분들인데 클럽하우스에서 보니 친구와 통화를 하는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느낌이 아니다. 정말 손들기를 누르고 대화를 할 수 있다!
2 휘발성
클럽하우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디오는 휘발성이다. 인스타처럼 나의 피드로 남지도 않고, 팟캐스트처럼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게 저장되지도 않는다. 뭔가 이 사실이 또 묘한 현실감을 준다. 나는 지금 과거에 녹화된 TV쇼, 피드에 저장된 인스타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콘텐츠는 우리의 평소 생활과 같다. 그저 지나쳐 갈 뿐이다. 인스타에서 유명인의 피드는 그들이 사는 다른 세상이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유명인과의 대화방은 폰으로 목소리만 주고받을 뿐인 엄연히 내가 사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휘발성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안 그래도 클럽하우스는 안드로이드 앱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아이폰만 이용 가능하기에 사람들은 애가 탄다. 게다가 새로운 가입자는 기존 회원들에게 주어진 두 장의 초대권으로만 클럽하우스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애가 탄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부터, 수많은 유명인사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나중에 듣거나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은 대중의 FOMO*의 심리까지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 FOMO(Fear Of Missing Out) : 소외되거나 뒤쳐질지 모른다는 사회심리학적 불안심리
3 코로나
너무 당연해서 말하지 않을까 하다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라 짧게 짚고 넘어가겠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수다쟁이들이 이 곳으로 모이고 있다. 요즘 인간관계는 전화로 떠들며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클럽하우스는 코로나 19 시대의 완벽한 O2O* 소셜 네트워크가 아닌가 싶다. 다자간 음성채팅이 딜레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품질이 좋아서 ZOOM이나 카카오 보이스톡 대신 회의로 써도 좋겠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 O2O 서비스(Online To Offline) : Offline의 방식이 Online에 그대로 투영되는 방식의 서비스
스피커가 되어 말하는 게 처음엔 두렵긴 하다. 하지만 한번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는 분이라면,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들이라면 다른 SNS보다 클럽하우스를 반길 것 같다는 게 내 추측이다. 브런치를 쓰면서 다른 사람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이 점에서만 보면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물어보고 말하는 클럽하우스가 더 우위에 있다.
요즘 세대가 전화를 두려워하는 세대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런 서비스에 폭발하듯 몰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신기하기만 하다.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이 앱 때문에 최근 삶의 루틴이 무너졌다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떠드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까지 대화 중인 사람도 있다. 클럽하우스는 하루가 다르게 유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한 주 동안 스타트업, IT업계 사람들에서부터 유명인사들과 연예인, 일반인까지 구성원이 확대되는 걸 모든 클럽하우스 유저들이 느끼고 있다. 확실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굉장한 SNS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너무 초기의 SNS 서비스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반짝 호기심을 끌었다가 시들해질지, 일부 서비스처럼 악성 유저들만의 놀이터로 전락할지, 차세대 글로벌 SNS로 자리매김을 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클럽하우스에서의 좋은 경험이 앞으로도 잘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