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년을 휴직 내고 쉬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하나같이 대답한다.
'너무 좋겠어요~ 그런 휴직을 할 수 있다면 저도 백 퍼센트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 이렇게 휴직하는 사람은 직원의 1/1000 정도도 안된다.
나조차도 쉰다는 결정이 말처럼 쉽진 않았다.
쉬는 동안 나 혼자 뒤쳐지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기도 하고
하루라도 열심히 돈 모아야 하는 거 아냐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노는 일 자체가 인생 낭비한다는 가책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쉬어가는 것도 재주다'라는 생각을 한다.
잠시 쉬는 것,
달리지 않는 것,
뒤를 돌아보는 것,
가만히 멈추어 보는 것.
'무엇을 하지 않음'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은 없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내가 막상 해보니
뭐.. 생각만큼 대단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긴 하다.
사실 어려운 점은 세상 속에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 나에게
세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치지도 않고
계속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는 거다.
이리저리 흐르며 살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걸?
돈도 계속 벌고,
커리어 안 끊기게 해야 하고,
결혼도 이 나이대면 해야하고,
이 정도 학교 나왔으면 이 정도는 사회적 위치는 있어야 하고,
너 정도면 이런 여자는 만나야 하고...
'Bullshit!'
이라고 한마디 뱉어주고 싶다.
이런 말들은 나라는 존재를 책임지지도 않고,
나를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잠시 멈춰보면,
나를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누구인지 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멈추기 위해, 2021년 1월 1일에 휴직을 냈고
더 쉬어가기 위해, 오늘 제주에 내려왔다.
사람들이 물었다. 8월 한 달이나 제주도 내려가서 뭐할 거냐고.
딱히 대단한 계획은 없다.
나는 8할의 무계획으로 제주에 내려왔다.
내 휴직이 그랬듯이.
ENTJ에 천상 계획형인 나는 휴직할 때 나의 무모함이 겁났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쉬어가도 큰 일 나지 않는다는 거...
이미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