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자연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담벼락도 현무암 돌담이고,
그 돌담을 타는 덩굴도,
그 앞에 심긴 야자수도,
심지어 머무는 곳도 원목 구옥이라 온통 나무다.
지금은 8월 여름의 오후 1시.
밖은 햇빛 쨍쨍하고 땀 한 바가지 흘릴 날씨지만
다행히 시원한 실내에서
나무로 된 통창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자연 풍경을 보고 있자니
폭풍의 눈이 아닌 여름의 눈에서,
그 여름의 한가운데서,
가만히 앉아 있는 느낌이다.
나는 원래 좀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외향적이라 밝고 유쾌한 듯 보여도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스트레스 지수는 높게 나온다.
그냥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나는 바라는 게 많은데
인생이란 Show me the money 같은 게임 치트키가 없다는
삶의 아주 당연한 진리를 '진정으로'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지금도 배워가고 있다.
바람에 살랑이는 초록잎이
햇빛에 비쳐 반짝인다.
멍하게 보고 있는 사이,
구름이 자리를 바꿔
지루할 틈 없이 다른 풍경화를 선사한다.
에어컨 공기의 시원한 기운이
CPU처럼 팽팽 뜨겁게 돌아가던 내 머릿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왠지 모를 만족감이 차오르고
입가엔 살며시 미소가 흐른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열심히, 또 정신없이 살아오다
2021년 8월, 나는 여름의 눈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