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걱정스러운 문제를 과대평가하고, 과대평가하는 문제를 그만큼 걱정한다.
-팩트의 감각-
패션이나 IT 외에 모든 분야에 트렌드가 있듯 교육도 마찬가지다. 임용 후 연수에만 가면 감정 카드 얘기가 판을 치더니 감사약, 인사약 얘기도 나왔다가 몇 해 전부터 아들러 긍정 훈육이 난리다. 전반적으로 학생의 감정을 다뤄주라는 내용이긴 한데 왜 이런 얘기가 나오나 생각해 보면 억압받던 아동기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Kids are to be told not to be heard.' 몇십 년 전 미국에서 위와 같은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감정에 경도된 학자나 학부모가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SNS 게시글이나 뉴스도 기가 막히지만 댓글도 가관이다. 어디서 배운 도덕인지 누가 합의한 규범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을 살펴보면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다. 한평생 살아봤자 대한민국 국민의 반도 못 만날 텐데 어디서 얻은 자신감인지 자신의 관점이 평범에 속한다고 자신한다. 이런 세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할 노릇이다. 세상이 어디로 굴러가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내가 진상이라 욕했던 사람도 뉴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겠지.
저자는 '팩트의 감각'에서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최근에 느낀 바와는 전혀 다른 얘기다. 도서에서는 여러 가지 통계를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와 진실에 대해 얘기한다. 섹스, 돈, 범죄, 정치 등에서 우리가 흔히 하고 있는 오해들이 미디어뿐만 아니라 감각적 수맹, 장밋빛 회상 등 여러 심리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추측이 대부분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평가 됐다고 얘기한다. 살인 범죄율, 투표율, 섹스 빈도, 노후 자금, 테러 외 다양한 분야를 나눠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믿음직한 통계를 바탕으로 편향을 파훼한다.
학생 때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논쟁할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며 가장 쓸데없는 게 옳고 그름에 대한 언쟁이라 느낀다. 초등학생만 돼도 이미 어떤 일에 대한 경험이 충분하고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결정된 후라 진실과 통계만으로 그들의 의견을 바꾸기가 어렵다. 오히려 감동적인 일화 하나나 예시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말에 극구 공감하는 바다.
믿기지 않겠지만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뉴스나 미디어 탓에 노출되는 정보가 과격한 것이지 여러 통계를 보면 범죄율도 감소하고 있단다. 체감하기론 점점 팍팍해지는 거 같은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주위에서 경우 없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평범한 며칠 속에 하나 둘 등장하는 게 다지 주변에 또라이만 포진하고 있다면 진즉에 살인율이 증가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 있을까. 다르게 해석하면 또라이의 양은 언제나 비슷했다는 거니 눈에 불을 켜고 또라이를 찾아 전하는 뉴스에 전도될 필요는 없다. 친절은 승리한다. 가끔 고꾸라져도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다. 진실스러움이나 악랄함에 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