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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Apr 03. 2024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공간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감각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인의 삶에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먼저라고.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영국에서 워킹 비자로 체류하던 시절, 제대로 관광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귀차니즘에 굉장히 실망스럽다. 또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후회된다.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 미술관, 고흐, 루브르 등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작품이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그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어릴 땐 작품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깨닫지 못했고 따분하기만 한 미술관은 잰체하는 사람이나 가는 장소라 여겼다. 한국에 와서 다양한 도서를 접하며 미술이나 클래식에도 관심이 생기고 호불호가 형성됐을 땐 코로나가 터졌으며 바쁘고 돈이 없었다.


 작품이 있으면 작가가 있고 미술관이 있으면 큐레이터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전시디자이너의 존재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한 작품 한 작품만 볼 줄 알았다. 이 작품을 전시한 공간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전시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되짚어보면 난 전시공간까지 신경 쓸 겨를도 없거니와 전시디자이너의 철학까지 흡수할 깜냥도 아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건 없다더니 그 말이 참인가 보다. 그냥 지나칠 법한 세세한 부분까지 전시디자이너의 손을 탔다면 여태 모르고 지나쳤던 디자이너에게 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조명의 색, 작품을 전시한 위치, 가벽, 동선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기보단 노고를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전시의 재미난 부분까지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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