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놀라운 방법을 이용해 기억 속에서 얼굴 이미지를 떠올릴 때도 실제 얼굴을 볼 때와 동일한 뇌 활동 패턴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익숙한 우리 동네였다. 상가주택으로 빙 둘러싸인 동네에는 목욕탕, 분식집, 비디오 가게, 작은 슈퍼 등 없는 게 없었고 빌라와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차선이 그어져 있진 않았지만 왕복 이 차선은 너끈한 도로가 동네 허리춤을 반으로 딱 갈랐다. 도로를 중심으로 윗동네 아랫동네가 나뉘었고 그 중간에는 버스 종점이 있었다. 그 동네 아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한 학 년에 두 학급, 40명이 친구인 작은 초등학교로 등교했고 40명 중 30명은 중학교 가서 담배를 피웠다.
유난히 호젓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상가주택 거리를 홀로 걷고 있었고 그 옆의 큰 도로에는 차 한 대도 달리고 있지 않았다. 나는 걷는 중에 없어야 할 공터가 은행 바로 옆에 있는 걸 발견했다. 예쁜 정사각형 부지였고 펜스나 접근금지 표시 하나 없는 공터였든데 그 중앙엔 거대한 연필이 거꾸로 꽂혀 있었다. 색이 있었던가. 굳이 고르라면 필름이라도 씌워진 듯 황갈색 배경이 떠오르는데 연필은 우리가 흔히 '연필' 하면 떠오르는 지우개 연필과 그 색이었다. 나는 연필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순간 연필이 요기스러운 표정의 악마로 변하더니 날 쫓기 시작했다. 나는 내달렸다.
여기까지가 내가 여태 기억하는 기이한 꿈 내용이다. 꽤 어릴 적에 꿨던 꿈인데 아직 기억하는 걸 보면 그 당시에도 꽤 강렬했던 것 같다.
도서에서는 꿈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꿈이 무엇인지, 아이나 동물 혹은 시각 장애인도 꿈을 꾸는지, 왜 꾸는지, 꿈의 해석이 무엇인지, 악몽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꽤 흥미로운 주제로 이목을 끈다. 막상 읽다 보면 딱히 정답을 명확하게 짚어주지는 않는데 밝혀진 게 많지 않기도 하고 연구 방법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인 듯싶다. 진술에 의지해 연구해야 하기에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fMRI 같은 과학 기술 발명으로 객관적이고 증명 가능한 자료가 나오는 추세라 모호했던 진실이 곧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끝으로 갈수록 내용이 다소 산으로 가는 느낌이 있으나 꿈과 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