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는 왜 4조 규모의 지분을 내려놓았나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회사에 대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가진 모든 지분을 내려놓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30억 달러(약 4조 1800억원), 퍼센트로 따지면 100%. 그가 내려놓은 지분은 환경 보존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가 소유하게 되었다.
그는 이와 같은 결정과 함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 한 통의 편지를 게시했다.
그간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타고니아를 팔고 그 돈을 전부 기부할 생각도 해보았으나, 파타고니아의 새로운 소유주가 그간 그들이 추구해온 가치를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다. 회사를 상장시켜 공개 기업(Public company)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으나, 상장을 하는 순간부터 가치로운 활동보다는 이익을 내야 한다는 주주들의 압력을 피할 수 없음이 분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마땅한 방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파타고니아의 의결권주 100% 전부를 비영리 트러스트가 소유한다. 무의결권주는 자연 보호 및 환경 위기 해결을 위한 비영리 단체들을 위해 쓰인다. 결국 파타고니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환경 보호에 쓰이는 것이다.
자신이 창립하고 함께해온 회사의 지분을 전부 내려놓는 것. 참으로 대담한 결정이었다.
이본 쉬나드를 평범한 사업가로 본다면, 그의 결정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그에게 파타고니아는 이익을 내고 부를 누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2018년에 파타고니아에서 내놓은 사명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생각해보니 이 사명에서부터 그의 생각은 명확했다. 사업을 통해 지구를 살리겠다는 걸 넘어, 모든 일의 목적 자체를 지구를 살리는 데에 두었다. 그에게는 사업이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4조원 규모의 전 지분을 내려놓은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될까.
몇년 전 파타고니아에서 한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 ‘블랙 프라이데이’이다.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 행사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한 해 매출을 좌우한다고들 이야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너도나도 세일을 홍보하느라 분주하다. 그 가운데 파타고니아의 광고는 파격적이었다.
<Don't Buy This Jacket. 이 옷을 사지 마세요.>
세일 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는 커녕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니. 이 왠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은 차에 이어지는 파타고니아의 설명. 자신들은 환경 오염 없는 옷을 만들어 팔고자 했으나, 아무리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연구해봐도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일 기간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말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을 최대한 오래 입으라는 것이다.
삶의 목적,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한 사람만이 가지는 결단력이었다.
"향후 50년동안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보다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희망을 훨씬 크게 갖고 있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이본 쉬나드의 결정은 자본주의의 개념을 넘어서 있었다.
언젠가 '일관성(Consistency)'을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 힘,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길 중 하나로의 일관성을 이야기했다.
오랜시간 하나의 길을 걸어온 브랜드들을 보며 '일관성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았다. 파타고니아도 그 중 하나였다. 수개월 간 그 하나의 질문을 파고든 끝에 내린 답은 이러했다.
"일관성이란, 나의 가치가 내 삶이 되는 것이다."
가치가 삶이 된다는 말은, 내가 머릿속으로 혹은 말로 추구하는 가치를 행동하고 그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환경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친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것이다. 설사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말이다.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삶으로 만든다는 것은, 무엇이 진정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 끝에, 아무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의류 생산과 소비는 무조건 해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우리 옷을 사지 말라고, 한 번 산 옷을 오래 입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대담함을 가지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이야기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참 많다. 하지만 그 중 정말 그런 삶을 살아가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해가 달라지고 트렌드가 변함에 따라 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환경 보호를 외치던 기업이 하천에 몰래 공장 폐수를 배출하다 적발되기도 한다.
그들과 파타고니아의 차이점.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가에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소비자의 환심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말은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다. 앞뒤가 다른 말은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
파타고니아에게 환경 보호는 브랜딩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다. 진정으로 환경보호를 생각하니 그런 이야기들만 했고 그런 행동들만 했다. 그러고 나니 사람들은 파타고니아를 신뢰하고 선호하게 되었다. 매출, 이윤은 자연스레 뒤따라왔다.
이번 파타고니아의 뉴스를 접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도나도 브랜딩을 외치고 가치있는 소비, 의미있는 삶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가치 있는 브랜드란 무엇이고 진실된 삶을 산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
사는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명확한 신념을 가지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담하고 어려운 것인지.
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almost any how.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
-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