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면서,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너무 당연하게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는 것, 재택근무과 각종 비대면 행사들. 우린 그걸 ‘뉴노멀’이라 이름 붙이고는 꽤 빠르게 새로운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가까워진 마스크만큼 멀어진 것은 그 너머의 사람들이었다. 원체 외로움이 많고 혼자 있질 못하는 나도 그에 점점 익숙해질 무렵, 오랜만에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 만나자!” 대뜸 들은 그 말이 너무 반가워서, 메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혼자 함박미소를 지었다.
저녁 9시면 모든 가게의 불이 꺼졌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 당연하지 않은 만남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에 가서 문득 내가 생각났다던, 잠시 고민했지만 보고싶어 연락했다던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망친다는 걸.
당연하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망친다. 그래, 이 말이 참 맞다.
한참 자기계발서를 끼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흔히 성공한 자들이라 추앙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삶을 가질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욕심이 났다. 하지만 내가 금세 그 책들을 들여다보지 않게 된 건, 생각보다 뻔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라도 있을 것 같던 그들의 삶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적인 고민과 행동,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는 용기, 지독한 훈련과 꾸준한 노력. 정말이지, 내가 모르는 것이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그래, 그럼 알고 있었다던 그걸 해보긴 했니?” 라고 묻는다면 금세 고개가 떨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 중 내가 실제로 행동한 건 거의 없었다. 그게 책을 쓴 사람과 그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나의 차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훈련은 빠지지 않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다리가 아파도 고통을 누르고 늘 운동장을 뛰는 사람이다.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과 당연한 삶을 사는 사람은 그토록 다르기에, 당연함은 정답이기도 재앙이기도 한 것이다.
인생은 자극에 대한 선택의 총합이라고 한다. 삶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크고 작은 자극들에 내리는 선택들, 행동들이 모여 그 사람의 삶이 된다는 것이다. 참 무서운 일이다.
그러니 우리, 오늘도 당연한 다짐을 해보자.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지,’ ‘힘들어도 관두지 않아야지.’
다만 이제는 정말 행동해보자. 세상은 당연한 생각을 당연한 삶으로 만드는 자를 추앙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