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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규 Mar 05. 2022

'고객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브랜드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 1장  |  '왜 당신의 마케팅은 폭망했나?'

"나르시시즘(Narcissism)"

물에 비친 자기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그렇게 한 송이의 수선화로 남은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

그에게서 비롯되어 '자기애'라고 번역되는 정신분석학 용어, 나르시시즘.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라 명명해버리면 마치 당장에라도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문젯거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어찌 보면 바로 이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브랜드는 결국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게 닿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 가운데에는 언제나 '소통'이 있다.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브랜드는 소통에 대한 분명한 니즈가 있다.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고, 고객이 자신들을 찾도록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고객은 어떨까?


수많은 선택의 갈래에 선 고객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브랜드와의 소통에 흥미가 떨어진다면 고객은 '굳이' 그 접점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 다른 선택지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브랜드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듯 하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지,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카피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했을 마케팅 담당자들이 단 한번이라도 '그게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고민해보았다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브랜드와 자신의 접점을 찾으려 하는 것이지, 브랜드가 주구장창 늘어놓는 자랑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의 소통은 온전히 브랜드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순간 망한다. 주체인 브랜드만큼, 그들이 '통'하고자하는 사람 또한 중요하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 : 브랜드 전쟁에서 살아남는 7가지 문장 공식>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저자 도널드 밀러가 써내려간 서문은 이렇게 끝난다.


영웅담 속으로 고객을 초대할 줄 아는 기업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잊힌다.

회사의 스토리가 아니라 고객의 스토리를 우선하라.

-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 서문 중에서


본격적인 7가지 문장 공식을 다루기 전 1장에서는, 현재 기업들이 마주한 공통적인 상황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브랜드들이 범하는 실수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생존과 번창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지 못한다.

둘째, 고객이 그들의 제안을 이해하는 데에 너무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만든다.

-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 1장 중에서


애초에 고객이 왜 그 브랜드들과 점점을 가지고자 했을까?


결국 모든 건 고객의 '생존'과 연결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론 여기서 '생존'이란 우리가 곧장 떠올리는 원초적인 차원의 '죽지 않기 위함'을 넘어, 보다 완성된 삶을,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을 포괄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려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브랜드가 아닌 고객이어야 하며,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라며 지나쳐버리기 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단순해야 한다.


애플의 전설적인 수장 스티브 잡스는 1983년 리사 컴퓨터를 출시하고는 뉴욕 타임즈에 9페이지에 걸친 광고를 냈다. 거기에는 리사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뛰어난지, 그 사양이 하나하나 열거되어 있었다. 그날 뉴욕 타임즈를 집어든 이들 중 과연 몇명이나 그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대단하군!'이라며 공감할 수 있었을까. 당장 나였다면, 세 줄을 넘기지 못하고 옅은 한숨을 쉬며 페이지를 넘겨버렸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알려진 바와 같이 중도에 애플을 나와 픽사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다시 애플로 돌아왔을 때,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픽사에서 전문적 스토리텔러들 사이에서 일하며,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토리라는 렌즈를 통해 메시지를 필터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소통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애플 복귀 후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광고는 단 두 단어였다. 미국 전역의 광고판에 적힌 문구, 'Think Different'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럼 애플의 뛰어난 성능은 어떻게 자랑할 건가요? 그걸 각인시키는 게 우선 아닌가요?'

물론 기능을 열거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입장에 갇힌 시선이다. 애플이 막상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애플의 업적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대중들 중 과연 그 이야기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냐는 것이다. 그건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 고객의 마음에 실질적으로 닿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하는 소통의 목적이 그저 발언을 하는 것, 외치는 것을 넘어 고객과 '통'하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애플의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또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광고에는 더 이상 컴퓨터만 등장하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숨쉬며 살아있는 고객이었다.

애플의 스토리는 애플이 아닌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 스토리 속 애플은,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존재였다. 고객의 스토리를,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애플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애플을 눈여겨볼 니즈가 생겼다. 그건 애플의 이야기이면서도,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입장에서 늘어놓은 자랑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도 솔깃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첫째,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냈고(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둘째, 고객이 겪고 있는 난관을 정의했으며(자신의 숨겨진 천재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셋째, 고객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했다(컴퓨터와 스마트폰).

-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 1장 중에서




브랜드가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만큼, 고객은 그 안에서 자신과의 접점을 찾고자 한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그 기업이 자신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그렇게 관계를 지속해가고자 한다.

그것이 브랜드와의 소통에 있어 일반 대중의 니즈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브랜드가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시작된다.

그렇기에 브랜드스토리란, 온전히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과 사람들의 접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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