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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Dec 08. 2022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써보는 건 어떠세요?

추억을 대하는 방법

연말은 바쁘다. 각종 행사가 있고, 4분기를 결산하며 거의 지나간 일 년을 마무리한다. 정신없는 일정 중에 잠시 숨을 고르고 나면 365일로 엮인 지난날을 기념하며, 기억에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모여 인연을 다지고 추억을 만들어간다. 아무리 바쁘고 고된 해를 보냈더라고 그 마무리만큼은 아름답게 가져가고 싶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사람의 마음이라 말할 수 있겠다. 


관계를 맺는 일이 사실상 주된 평일 업무인 나에게 사람들을 만나고 하나 둘 추억을 쌓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타성에 무뎌진 무료한 일이다. 이것저것 중요한 일도 많았고,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하나하나 기억에 남겨두기란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사진과 글이다. 나만의 추억 앨범을 만들어 지난 시간을 결산하는 게 추억을 대하는 나의 경건한 자세인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



적당히 쓸만한 어플은 많다. 각종 다이어리나 sns가 있고, 브런치도 훌륭한 글쓰기 장소이다. 위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날의 기분을 시와 산문으로 적어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되돌아보면 이 시기의 나는 어떤 것에 주목하고,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글을 쓰라 말하는 이유

연말이 되어 사람들이 한해를 기념하는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써보는 건 어떠세요?'라고 말한다. 왜 글쓰기를 권면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추억들을 그저 저장만 한 채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사진을 찍기 쉬운 시대이다. 손에 있는 핸드폰만 꺼내면 고화질의 이미지와 영상을 수천 개 이상 남겨둘 수 있다. 온갖 효과까지 사용해서 기념할만한 모든 순간에서 휴대폰 카메라부터 꺼내는 습관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결국 그 사진들은 축적된 데이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휴대폰 메모리에 쌓인 사진들을 정리할 때는 대개 사진을 지워야 할 경우에서 많이들 생긴다. 용량이 부족하거나, 연인과 헤어져 거나한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니까 결국 그 기억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가 아니면 지나간 날들의 이미지는 다시 꺼내보지도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라고 말한다. 틈틈이 써두면 더 좋다. 기억이란 것은 휘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때로는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건 가장 가까운 시점이고, 가장 객관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건 모든 사건이 지나간 이후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추억은 분석보다 그날의 나 자신이 그리워 꺼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시절 내 마음이 얼마나 벅차고 아름다웠는지를 남겨두는 게 더 도움이 된다.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실 글을 쓰는 일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고등교육을 이수하더라도 내면을 깊게 성찰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거나 감정을 풍부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속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이나 영상 매체를 이용해서 표현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한정적인 어휘만을 사용하며, 작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지금 당장 서점을 가더라도 상당히 수준 높은 글쓰기 책들이 있다. 하지만 결국 글을 쓰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내게 찾아와 자신의 문제점을 하소연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이러한 경우였다. "많이 읽고, 많이 쓰세요."라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조언은 독서량 자체도 적고, 글을 쓸 기회는 더더욱 없는 현세대 사람들에게 더욱 접근하기 힘든 해결방안이 되었다. 문맹률이 가장 낮은 한국이지만 문학을 향유하는 인구는 매우 적은 안타까운 현실이 어쩌면 글 쓰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본인이 직접 글을 쓰는 일 밖에는 없다. 문장이 어려우면 키워드부터 나열해놓고 시작해도 좋다. 풍부한 표현이 어렵다면 당장 떠오르는 사건 먼저 정리해도 괜찮다. 그러고 나서 그날의 감각들을 천천히 상기시킨다. 오감은 감정을 환기시키고, 켜켜이 쌓인 경험은 모두 내 언어의 양분이 된다.


일단 쓰고 나면 부족함이 보인다.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잘 쓴 글은 많이 고쳐 쓴 글이다. 작문 능력을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건 다름 아닌 퇴고 작업이다. 내가 쓴 글에서 부족한 짜임새와 마음에 들지 않는 어휘 사용이 보일 것이다. 불필요한 단어 사용은 의미 없는 반복을 줄이고 보다 깔끔한 문장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좋은 글을 많이 접해봐야지 필요한 도달점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청사진으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니까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더 많이 고쳤으라는 말은 이 모든 과정을 함축한 금언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첫 시작을 위해 나는 한 해를 정리하며 우선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이젠 쳐다도 보지 않는 사진으로만 남겨진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내가 지나쳐왔지만 내 정서에 함유되어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그 작업을 거치고 나면 귀중한 것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추억 정리를 해보길 바란다. 아주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나를 살아가게 할 힘이 되어줄 추억들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나를 위한 선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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