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새벽의 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언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저 젖어 무거운 진 옷이 내가 오랫동안 걸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렇다고 걷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아 아침이 오도록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부르튼 발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지쳤다.
해가 뜨고 아침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내 원래 생활로 돌아오긴 싫었다.
그래서 난 오랫동안 억눌러놨던 일탈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하루정돈 평소와 다르게 살아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어제부터 깔려있던 이불 위에 누웠다.
눕고 보니 서서히 눈과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어느새 나른해짐과 함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미뤄놨던 잠에 빠져들었다. 이젠 버릇이 된 기도와 함께.
"이제 다시 눈을 뜨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