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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Apr 23. 2022

적게 벌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소박한 삶





적게 벌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많이 벌고 빨리 돈을 불리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었어요. 발단은 우연히 보게 된 고전 평론가로 유명하신 '고미숙'님의 영상이었습니다. 본인은 백수로 시간과 돈에 여유 있게 살아간다고 얘기하시는 모습에 의아했습니다. 고전평론가, 작가, 강사로 일하시지 않나? 그런데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백수라고 하면 제 머릿속에는 소파와 리모컨 또는 스마트폰과 혼연일체가 되어 집에서 놀고먹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고미숙 님이 말하는 백수는 좀 급이 달랐어요. '자립'이 우선이었죠.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 백수가 아닌 거죠. 그리고 자립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대하고 버는 방식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더라고요.




남이 아닌 나에게 맞는 소비


우선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가 지나친 소비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외에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 않아도 될 소비를 하고 있다는 거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치맥을 해야 하고, 집은 30평 이상이어야 하고, 차도 중형차 정도는 돼야 하고,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야 하고, 애들 교육도 뒤쳐지면 안 되니 남들 보내는 학원 정도는 보내야 하고 등등.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 기준이 남들에게 있어 뒤쳐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과도한 지출을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비와 지출에 대한 관점만 바꿔도 적은 수입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요. 자본주의에 현혹된 과장된 소비 욕구를 생산적인(예를 들어, 나에 대한 성찰이나 세상에 대한 공부 등으로) 욕구로 바꾸면 소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알게 되고 적은 돈으로 시간을 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죠.




전업이 아닌 생업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보통은 회사에 다니거나 상점에서 일을 하는 등 매일 일정한 시간을 들여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을 생각하잖아요. 대부분 전업으로 일을 하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참기도 하고요. 더럽고 치사해서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지만 고정적인 수입의 안정성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업으로 일을 하게 되면 일상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나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종종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허무하고 번아웃에 빠지기도 하죠.


이와 관련해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책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전업(專業)으로 나의 시간과 건강을 해치며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말고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생업(生業)을 만들면서 지금도 행복하고 노후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하고 있죠.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내 시간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늘어나는 일,
이것이 바로 생업(生業)이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이토 히로시




나의 일은 어떤 일인가


어쩌면 저의 직업인 '전업주부'도 주부 업무에만 집중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업 직장인이 종종 번아웃에 빠지듯이 전업주부도 생각보다 자주 회의가 들거든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 자주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을 바꿔 수입이 들어오고 있진 않지만 주부의 일은 나의 생업 중 하나다, 내가 전업으로 회사에 다니게 된다면 위탁해야 할 일들을 내가 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돈을 버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지겹던 밥과 청소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세탁소에 맡겼던 운동화 세탁, 전문 업체에 맡겼던 싱크대 수리, 가전 이동 및 설치 등을 스스로 할 수 있으니 생활 기술이 점점 늘어나고 절약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나의 일에 실감하기


생업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가'를 느낄 수 있는 점이라고 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실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주부의 일에 실감을 하기 시작하니 그렇게 지겹던 일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직장에 다닌다면 수입이 느는 만큼 피로가 쌓이고 남편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아질 테고 당연히 지금보다 감정적으로는 더 힘들어지게 될 것 같거든요. 얻는 것도 있는 만큼 잃는 것도 있는 거죠. 무엇을 얻을지는 내 선택의 문제고요.






전 주부일을 제 생업으로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 ‘공부하는 백수’도 생업 리스트에 올려 보려고 합니다. 백수의 조건이 자립이라 단 얼마라도 스스로 마련하고 싶어 단시간 아르바이트도 찾아봤지만 아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미루기로 했습니다. 하교 시간이나 방학 등이 걸리더라고요. 제가 일하게 되면 그 시간만큼 아이를 학원에 위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학원비를 벌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좀 더 자랄 때까진 집안일과 육아를 주 업무로 하고 부 업무로 공부하고 글 쓰는 기술을 익히는 거죠. 실제로 이제야 하는 공부가 왜 그렇게 재밌는지 뒤늦게 알게 된 게 아쉽더라고요.(웃음)


이렇게 진심으로 나의 일을 즐기다 보면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해봅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하겠지만 좋아하는 일이 돈 버는 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아주아주 행복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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