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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May 29. 2022

뿌염은 내 손으로

소박한 삶



머리에 돈을 들이지 않는 방법 2탄으로 셀프 뿌리 염색을 시도했다. 30대와 함께 찾아온 새치는 처음엔 집게로 몇 번만 툭툭 뽑으면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 급격히 늘어나더니 이젠 새치를 뽑으면 머리숱이 반은 없어질 것 같다. 머리를 들출 때마다 늘어난 새치를 보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실감이 되기도 하고 내가 고생이 많은가 보다 하고 스스로를 위안해보기도 한다.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금방 자란다. 머리를 기르고 싶을 때는 그렇게 더디게 자라더니(온갖 야한 생각을 해야할 정도로) 염색하고 보름만 지나도 뿌리에서 희끗희끗 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염색은 머리카락을 많이 상하게 하기 때문에(머릿결에 신경 많이 쓴다) 보름마다 할 수는 없다. 버티고 버티다가 2달에 한 번씩 하곤 했다. 이것도 비용을 생각하면 저렴한 곳을 가야 3만원 정도. 염색도 약만 사서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참 좋은 세상이다. 검색만 하면 다 나온다. 나처럼 생각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있다. 셀프 염색 역시 정보가 넘치고 있었다. 이것도 단발컷과 마찬가지로 옆머리는 어찌어찌 되겠지만 뒷머리가 고민이었는데 대충 감으로 쓱쓱 바르면 되는 것 같았다. 영상을 보다보니 용기가 생겼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가격과 평가가 적당한 염색약을 골랐다. 물건을 살 땐 후기를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아직 사보지 않은 제품을 미리 사용해보고 친절히 후기까지 남겨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후다닥 몇 개 읽어본다. 색상을 맞추지 못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 머리카락색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색으로 골랐다. 좀 안 맞아도 몇 번 하다보면 언젠가 맞춰지겠지 싶었다.


드디어 염색약이 도착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무장했다. 셀프 염색하는 방법은 이렇다.


1. 커다란 비닐로 옷을 만든다.(미용실 덮개처럼)

2. 염색약을 설명서대로(거의 염색제와 약제가 1:1) 잘 섞는다.

3. 머리를 양 옆과 뒷머리, 3군데로 나눈다. 뒷머리는 묶어두는게 편하다.

4. 옆머리 아랫쪽부터 층을 나눠 위로 올라오면서 슥슥 발라준다.

5. 뒷머리도 아랫쪽부터 층을 나눠 더듬더듬 만져가며 발라준다.

6. 헤어라인쪽은 덧발라주고 빗으로 머리를 전체적으로 빗어주며 색의 경계를 풀어준다.

7. 20분 기다린 후 머리를 감는다.



혹시라도 뒷부분이 잘 안될까 싶어 옆에 보조(딸아 고맙다)도 두었지만 도움없이도 염색이 잘됐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두르느라 이마에 염색약이 뭍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지워졌다. 무엇보다 염색이 혼자서도 이만큼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시간이 없다고, 혼자서는 어렵다고, 잘 못할 것 같다고 다 전문가에게 맡길 일이 아니었다.


미용실에 가는 1/4의 금액으로 한 시간만 들이면 내가 직접 할 수 있다. 비용도 절약, 시간도 절약된다. 결과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기술은 늘 것이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간단하니 지인들에게는 직접 해줄까도 싶다. 이렇게 자급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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