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곰 Jul 11. 2023

게임이 뭐길래

초등언니 생활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판도라의 상자 같은 스마트폰. 그중에서도 게임은 엄마들의 공공의 적이다. 시간을 순삭(순식간에 삭제)하는 요물이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원래는 안 그랬는데) 나쁜 놈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열광한다. 10분 더 하기 위해 엄마와 거래를 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내 아이도 그랬다. 세상을 같이 배워보자는 취지로 스마트폰을 주기로 마음먹었지만 뒷일이 너무도 걱정된 나는 아이와 굳은 약속을 했다.      


1. 게임하지 않기

2. 일상과 정보 검색 위주로 활용

3. 부모님 또는 친구와의 소통

4. 심심하다고 하지 않기

5. 유튜브는 배우거나 만들기 할 때

6. 밥 먹을 때 하지 않기

7. 가족이 함께 있을 땐 합의가 됐을 때만 하기     


최우선 조항이 '게임하지 않기'였다. 고대하던 스마트폰을 갖게 된 아이는 당연히 지키겠다고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집에서는 안 할 수 있어도 밖에서는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엄마가 게임 어플을 깔아주지 않으니(엄마 휴대폰으로 아이 휴대폰 조절이 가능하다.) 어플을 깔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사이트를 찾았다. 허. 기가 찼다. 하지 말라고 했더니 다른 방법을 쓰네?     


고민 끝에 무작정 막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가족들을 소집했다.


“게임하지 말라고 했더니 다른 방법으로 게임을 하네?”

“아니 엄마, 이건 게임인 줄 몰랐어~~ 그냥 인터넷으로 들어간 거잖아. 애들이 알려줬거든.”

“이것도 게임이거든? 휴. 이렇게는 안되겠다. 엄마도 딸한테 게임을 하게 하는 건 처음이니까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테스트 해보는 거지. 해보고 안 맞으면 다시 조율해보자.“

“그럼 게임해도 돼?“ (광대승천)

“(찌릿) 하는 건 좋지만 너무 맘대로는 안되고.”


한참의 논의 끝에  새로 정한 규칙은 ‘게임 OK, 단, 1시간만‘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잘 지키는 듯했지만 그 후론... 1시간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이젠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30분만 더 하면 안 돼? 10분만 더 하면 안 돼? 그럼 이것만 마저 하면 안 돼? 이놈의 스마트폰을 왜 아이에게 줘서 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나 수없이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한 번 마음껏 해보라지. 내가 제한할수록 아이에겐 앞에 두고 못 먹는 사탕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도 제한이 없다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욕에 차 말했다. 이땐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3주가량의 테스트 기간 동안 나는 수없이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시간만 나면 게임을 붙들고 있는 아이를 참아야 했고 진짜 너무한다 싶을 때는 이제 그만하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아이는 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늘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 상황도 우리에게 썩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는 아이가 언제까지 하나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그런 나의 눈치를 보는 아이. 둘 모두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다시 모였다. 협상 끝에 우리는 유튜브와 게임시간을 합해 최종 2시간으로 합의를 했다. 그 후로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2시간 안에서는 언제 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 아이도 내 눈치를 덜 보게 됐다. 다시 시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돌아갔지만 전보다 마찰은 줄었다. 아이도 나도 할 만큼 해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바뀐 것은 바로 나다. 내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육아를 책으로 배우고 있는 나는 아이를 키우며 헷갈릴 때가 많다. 어떤 책에서는 스마트폰이 아이의 뇌 발달을 망치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어떤 책에서는 무조건적인 제한은 아이와의 관계를 망칠 수 있으니 적당히 허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 그럼 방법은 하나다. 직접 부딪혀보는 것.      


시행착오를 겪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지만 얻는 게 있다. 나의 깜냥과 아이의 성향. 그리고 그 둘의 중간 어디쯤. 나는 똑똑한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 아이와 잘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늘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해보고 다시 조율한다. 육아의 큰 틀은 있지만 세세한 과정은 아이와 함께 겪으며 배워나가는 중이다.                




요즘 우리는 같이 게임을 즐긴다. 아이는 우리가 약속한 시간 안에서 친구들과 게임할 시간과 나와할 시간을 계획한다. 어떤 날은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와의 시간에 모두 할애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나도 신나게 같이 논다. 엄마도 재밌더라 게임.




매거진의 이전글 개그를 다큐로 받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