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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Dec 19. 2023

꽃을 사는 마음

오늘의 마음



나는 선물 중에서 꽃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받을 때의 감동 말고는 좋은 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에 가져가면 마땅히 꽃을 화병도 없고 금방 시들어버리는데 꽤나 비싸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지만 며칠 지나면 버려야 되니 미안하다. 꽃보다 필요한 물건을 선물을 받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꽃선물을 자주 받는 건 아니고 어쩌다 가끔. 대체로 주는 사람은 남편. 기념일이나 나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남편이 선물하곤 한다. 받을 때야 물론 “너무 예쁘다!“ 라는 마음으로 받는다. 선물은 마음이니까. 나를 위로하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란 걸 안다. 하지만 포장조차 예쁜 꽃다발을 식탁에 내려둘 때면 ’포장 풀기도 아깝네. 꽤 비쌌을텐데. 그냥 다른 걸 사오지. 어디에 꽂아야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알록달록 예쁜 꽃을 보고도 실용을 따지게 되는 건 아마도 같은 살림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꽃을 잘 사는 언니가 있다. 누군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꽃을 선물하고 아무날이 아니어도 선물한다. 어느 날 그 언니에게 꽃을 선물 받았다. 선물을 받으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나인데 그 날은 기분이 좋았다. 아깝지 않고 고마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을 사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꽃을 산다면 어떤 마음으로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를까.


친구 생일이 다가왔다. 몇 년동안 연락을 거의 안하고 지내다 모처럼 용기를 내어 만나자고 했다. 그 친구도 꽃을 좋아했던 기억이 나 꽃집에 들렀다. 꽃집에 들어서는 순간 화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촉촉하고 향긋한 공기도 좋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꽃다발을 둘러보며 친구가 어떤 꽃을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나도 좋았다. 고심해서 친구가 좋아할 만한 꽃을 골랐다.


선물로 물건을 고를 때와 기분이 달랐다. 보통 물건을 고를 땐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이었으면.’ 하고 생각하는데 꽃을 고를 땐 ‘이 꽃을 보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랄까. 거창한 마음이 아니라 소소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꽃을 사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꽃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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