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왕가위 사이에서 #1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by 박이운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나를 지나쳐 가는 것임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난 나를 지나쳐 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하고

여전히 한 점에 기록된 내 감정에 놓여있다.


궤도는 가만히 서있어도 돌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궤도 위 한 점에 선 채로

스쳐가는 시간을 느낄 뿐인 것인가.


나라는 미미한 존재가 중력을 가진 들,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 수나 있는 것인가.


관찰자로 개입해 우주를 바라보면

있는 그대로의 우주를 볼 수도 없을진대,

나라는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걸 볼 수 있기는커녕 알 수 있기나 한 것인가.


발도 날개도 없는 새가 끝없이 떨어지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존재가 하늘을 나는 듯 떠있다고 한들 우주의 한 점,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과연 존재하는가?’ 여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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