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중력을 느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하나로 엮여 있으며,
중력이 그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상대적인 시간의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질량이 거대한 행성의 중력은
우주를 휘게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한 개개인의 중력은
이 우주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의 속도를 느낀다.
나는 멈춰 있지만, 시간은 나를 스쳐간다.
스쳐가는 시간에 올라탄 사람 또한 멈춰 있다.
그를 스쳐가는 것은 시간일 수도, 나일수도 있다.
개개인의 이 차이를 과연 중력과 시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의식의 중력은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를 휘게 만든다.
의식은 에너지, 곧 파장이다.
그 파장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자기만의 중력을 만들어내기에
개개인이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
각자의 궤도가 살짝 스치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감지한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의식,
그 강력한 파장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면
우리는 같은 시간 속을 도는 것처럼 느낀다.
어제도 네가 있고,
오늘도 네가 있으며,
내일도 네가 있다.
우린 같은 궤도에 놓인 것이다.
사랑만이 해낼 수 있는 증명이다.
Q.E.D.
비록 그것이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하루키의 작품 속 바와 우물,
왕가위의 작품 속 바와 꼬치집.
그곳이 바로 나와 너의 궤도가 맞물리는 지점이다.
함께 돌게 될지, 스쳐 지나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
우주는 텅 비어 있음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우리가 미처 자각할 수 없는 속도로,
마치 빛과 같은 정도의 속도로,
매 순간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