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왕가위 사이에서 #2

의식의 중력을 느꼈다.

by 박이운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하나로 엮여 있으며,

중력이 그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상대적인 시간의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질량이 거대한 행성의 중력은

우주를 휘게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한 개개인의 중력은

이 우주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의 속도를 느낀다.

나는 멈춰 있지만, 시간은 나를 스쳐간다.

스쳐가는 시간에 올라탄 사람 또한 멈춰 있다.

그를 스쳐가는 것은 시간일 수도, 나일수도 있다.

개개인의 이 차이를 과연 중력과 시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의식의 중력은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를 휘게 만든다.

의식은 에너지, 곧 파장이다.

그 파장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자기만의 중력을 만들어내기에

개개인이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


각자의 궤도가 살짝 스치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감지한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의식,

그 강력한 파장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면

우리는 같은 시간 속을 도는 것처럼 느낀다.

어제도 네가 있고,

오늘도 네가 있으며,

내일도 네가 있다.

우린 같은 궤도에 놓인 것이다.

사랑만이 해낼 수 있는 증명이다.

Q.E.D.

비록 그것이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하루키의 작품 속 바와 우물,

왕가위의 작품 속 바와 꼬치집.

그곳이 바로 나와 너의 궤도가 맞물리는 지점이다.

함께 돌게 될지, 스쳐 지나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


우주는 텅 비어 있음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우리가 미처 자각할 수 없는 속도로,

마치 빛과 같은 정도의 속도로,

매 순간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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