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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츠비 Nov 25. 2023

[기러기 남편의 난임일기 12]

금꿀이의 등장

일기를 쓰지 않은지 두 달이 훌쩍 넘어버렸다. 걱정-좋은 소식-안심, 또다시 걱정-좋은 소식-안심의 무한 반복이었지만, 그래도 12주 차에 받은 1차 기형아 검사 (니프티 검사, NIPT) 결과가 저위험군으로 나와서 다행히 '안심' 단계가 조금 길게 지속되고 있다. 아내는 16주 차 이후 받게 될 2차 기형아 검사를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지난 10월 초에 이미 난황, 아기집, 심장소리 모두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됐었지만, 우리 부부에겐 '마의 9주'라는 벽이 존재했다. 올 1월 잠시 와줬다가 9주 만에 심장이 멎어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이로 인해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다. 직접 들은 적 없던 태아의 심장소리를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난임 클리닉에 가서 초음파를 보며 직접 들었음에도 아직 '9주'가 지나지 않았기에, 걱정이 더 앞섰기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9주 차가 된 후 찾아온 진료일, 가슴을 졸이며 아내 연락을 기다리던 난 아내 전화를 받고 9주 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어느덧 접어든 13주 차. 다행히 아내의 입덧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고, 우리 아이 '금꿀이'는 주차에 맞는 크기(레몬 크기)로 아주 잘 커주었다. 난임 클리닉을 졸업하고 처음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3D 초음파 사진도 찍어줬다. 난임을 겪건 겪지 않건 아이를 갖게 된 부모 입장에선 검색이 일상인데, 숱한 검색을 통해 봐 왔던 다른 분들 아이의 3D 초음파 사진은 예쁘거나 사랑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금꿀이의 3D 초음파 사진을 보자마자 이해되었다. 왜 그분들이 이 알아볼 수 없는 작은 아이의 쪼글쪼글한 3D 초음파 사진을 올리며 사랑스럽다고 했었는지를 말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기적처럼 다가온다.




아내는 난임 클리닉을 졸업한 후에도 난임 클리닉 동기들에게 마음을 많이 쓴다. 동생, 친구, 언니가 혼재되어 있는 아내 동기들의 기쁜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나도 같이 기운이 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항상 좋은 소식만 있지는 않다. 아내가 겪었던 아픔을 그대로 겪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내는 겪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문제로 인해 좌절을 겪는 분들의 소식도 많다. 100% 그 아픔을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내도 그들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한다. 아내 스스로도 크나큰 아픔, 상실을 겪었으면서도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상황에 감사해하며 난임 클리닉 동기들도 하루빨리 좋은 일이 생기길 빈단다. 아내는 항상 나보다 어른스러웠지만, 난임을 겪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직 갈길이 멀다고. 그럼 난 매번 이렇게 답한다.


금꿀이는 괜찮을 거야.


우리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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