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참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말이다.
어두운 밤, 가로등 하나가 쓸쓸히 골목길을 비추고 있다. 한 여자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지나가던 남자가 물었다.
"뭘 찾고 계세요?"
"열쇠요. 지갑 꺼내다가 떨어뜨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어디쯤에서 떨어뜨리셨는데요?"
"저쪽에서요."
"그럼 저기서 찾으셔야죠."
"저긴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어떻게 찾아요."
책 <나를 찾는 수업>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다. 열쇠를 떨어뜨린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이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황당함이 스쳐 지나가려다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내 자화상이 떠올랐다. 나 자신과 행복을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 한 내 모습이 보인 것이다.
<나를 찾는 수업>의 저자 장더펀은 대만 명문 타이베이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MBA를 수료한 후 스물다섯의 나이에 대만 방송국 뉴스 앵커가 된 인물이다. 게다가 남편은 재벌가 자제이기도 했다. 학벌, 미모, 선망하는 직업과 경제력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거머쥔 그녀였다. 그것도 아주 어린 나이에. 그런데도 그녀는 불행했다고 한다. 그녀가 찾은 불행의 원인은 남편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직업이 나와 맞지 않아서였고, 그것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하나씩 바꿔나갔다. 10년 후 더 좋은 사람과 결혼해 베이징 외곽에 있는 호화 맨션에서 살게 됐다. 세 명의 도우미가 있었고, 기사가 딸린 고급차를 탔다. 사랑스러운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행복해야만 했다. 그런데 불행했다. 이번엔 남편을 따라 간 싱가포르에서 일류 글로벌 기업에 입사했다.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았다. 신입으로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연봉을 두 배로 올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마케팅 이사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했다. 이윽고 그녀는 모든 성공을 뒤로한 채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내면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일에 매진한다. 그렇게 수년동안 진정한 행복 찾기에 열을 올리던 그녀의 깨달음이 <나를 찾는 수업>이라는 소설형식의 자기 계발서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뤄링의 인생은 저자 장더펀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행복해야만 했던 그녀였지만, 불행했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는데,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자신을 탓하는 것만 같았고, 자연스레 남편과 멀어졌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노력해 보려는 자신과 달리 남편은 겉돌았고, 결국 바람을 피우고 만다. 직장에서는 나름 잘 나가는 마케터였다. 하지만 경쟁자에 밀려 매번 승진에서 제외됐다. 회사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한다면서도 자리가 부족하다거나 다음번에 승진이 될 것이라는 말로 둘러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또 한 번 크게 다툰 후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나온 뤄링. 인적 드문 곳에서 차가 멈춰 서고 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핸드폰도 두고 나왔다. 온갖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던 그녀는 산기슭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발견하곤 전화를 빌려 쓰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엔 그녀의 인생을 180도 바꿔 줄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소설 <나를 찾는 수업>은 뤄링과 그녀가 만난 노인의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일깨워준다. 전화를 빌려 쓰려는 뤄링에게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면 전화를 쓰게 해 주겠다고. 그 질문은 바로 '자네는 누군가?'였다. 이름, 소속, 경력 등 사회적인 것들을 답하다 모두 답이 아니라는 노인의 말을 듣고는 좀 더 철학적으로 접근해 '내 몸과 마음, 영혼의 결합체'라고 답해보지만 그 역시 답이 아니었다. 뤄링의 진정한 나를 찾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장더펀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불행한 이유가 진정한 나를 모르고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영혼, 내 숨겨진 자아와 연결되지 않은 채로 세상과 타인에 맞춰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자아는 역할 가면, 신분 동화, 생각(마음), 감정, 신체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기에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들을 각각 감지, 정신 안정, 굴복의 과정을 통해 벗겨내야만 참된 자아를 찾고 그 자아와 연결되며, 자아와 연결되고 나면 진정한 행복, 즉 사랑, 기쁨, 평화가 저절로 내 안에서 우러나온다고 설명한다.
감지는 알아차림이다. 외부에서 얻어진 물질로 인한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알아차림. 그 물질을 얻을수록 더 탐하게 되고, 또한 그 물질이 없어지면 원래 없었을 때보다 더 불행해진다는 알아차림. 그리고 이 우주의 보고 만질 수 있는 모든 물질은 에너지가 기원이며, 따라서 나도 모든 사물과 사람의 에너지(주파수)에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며 살고 있다는 알아차림. 마지막으로 나의 자아와 행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물과 사람, 상황이 내 감정에 따라, 내 생각의 프레임에 따라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감지를 했다면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면 된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에서 얻어진 물질이 아닌 내 안의 참된 자아로부터 우러나온다는 것을 괘념하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된다. 에너지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에너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살짝 비켜서면 된다.(리얼리티 트랜서핑에서 말하는 펜듈럼 비켜서기와 일맥 상통하는 개념) 내 생각, 내 감정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부정적인 영향을 내게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를 잠시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된다.
그리고 나에게 벌어진, 미칠듯한 짜증과 화를 부르는 그 상황에 굴복(있는 그대로 받아들임)한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은 화를 내도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평정심을 찾고 상황을 마주하면 길이 보이게 된다.
뤄링의 깨달음의 여정을 좇으며 나를 돌아봤다. 나도 내가 아닌 세상과 타인의 기준대로 살았구나, 떨어뜨린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열쇠를 찾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나도 남들이 말하는 좋은 학교,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 남들이 말하는 행복(돈)을 위해서만 살아왔구나 싶었다. 그렇게 40년을 살아온 결과가 지금의 나다. 결국 틀렸다는 얘기다.
오늘, 2025년 새해 첫날, 난 나에게 노인이 뤄링에게 건넸던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려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새해 첫 날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께 이 질문을 드려봅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