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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사 Jul 10. 2023

31. 질투의 민낯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인정하기 조차 어려운 불편한 감정 질투심

질투의 민낯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질투'란 인간이 함께 사는 한 떨어뜨릴 수 없는 감정이다. 사실 '질투'란 인정하기도 쉽지 않고, 느낀다 하더라도 상당히 모호하게 느낄 수 있다. 지나고 나서야 그 감정이 '질투'였음을 알기도 한다. 연애뿐 아니라 친구 관계, 심지어는 가족 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질투'에 대한 궁금증으로 꺼내어본 책. 뜻밖의 저자의 뛰어난 통찰에 시종일과 고개를 끄덕이면서 몇 날 며칠을 읽어 내려갔다.




도공에게 불평을 털어놓는 사람은 도공이고, 목수는 목수에게 투덜거린다. 거지는 거지를 질투하고, 가수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사람은 가수이다.


사실 우리는 일론 머스크를 질투하진 않는다.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가 페이스 북의 저커버그를 질투하지 않듯, 우리는 우리의 리그가 아닌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 혹은 안중에 없는 사람이다. 우리의 질투 대상은 가까이에 있다. 나랑 비슷한 배경을 가졌을 법한 사람,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질투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는 순간 자신의 상당 부분이 노출된다. 질투심을 느낀다고 인정하는 순간 상대방과 경쟁 관계에 있단 사실을 시인하게 된다. 동시에 둘의 관계가 동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열등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느끼며, 그로 인해 신경 쓰인다는 사실마저 털어놓는 셈이 된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자신도 모르게 만천하에 공개된다.


질투심은 나보다 더 많은 걸 가졌거나 그럴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불만, 열등감, 분노가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다. 복합적으로 다가오는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질투심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열등함을 인정하는 셈이다. 자신이 더 뛰어났다면 알지도 못했을 불편한 감정을 수용해야 한다. 스스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보다 더 힘든 감정이 그 질투심을 타인에게 드러날 때이다. 타인에게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공개당하고, 위로해 달라고, 해결해 달라고 하는 어린아이처럼 불편해 보일 수도 있다. "나 질투를 느껴"라고 당당하게 얘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에게 부족함과 열등감을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비교와 질투가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독특한 개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 재능과 장점만이 아니라 약점, 부족함, 단점을 가진 인격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다른 사람을 덜 질투하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존중한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을 볼 때도 특정 측면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체 숲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보살피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타인의 현재 모습, 능력이나 소유물을 사심 없이 바라봐 줄 수 있다.


질투심이 일어날 수 록 우리의 시선은 우리 내면의 향해야 한다. 비교를 하고 싶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야 한다. 지금 본인이 느끼고 있는 불쾌한 감정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유머러스하게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열등감과 부족함에 집착해선 안된다. 하루에 명상과 글쓰기 등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항 현상은 정상이다.
삶의 장애가 되는 믿음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낙관적 믿음을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고를 전환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 지금까지의 믿음을 '뿌리 뽑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면 문제는 쉬워진다. 재미 삼아 새로운 시각에 대해 배우고, 어떤 믿음이 이전에 자신이 가졌던 믿음보다 도움이 되는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옛날 가치관을 고수할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관으로 바꿀지를 결정한다.


각자 본인에 대해 본인은 어떤 사람이란 기준이 이미 세워져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은 바뀌기 어렵다.'라는 믿음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듯하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듯 바뀌기 전 저항 현상은 정상이다. 관성의 법칙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뿌리 뽑는' 개념이 아니라 '재미 삼아' 가치관의 변화를 시도해 보자. 해보고 좋으면 그걸로 택하면 된다. 인정하고 수용하고, 질투심이 없는 편인 사람으로 '재미 삼아' 변화를 시도해 보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불편한 감정에 대해 마주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질투심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걸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이나 질투심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인정하기 싫은 감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다르다. 질투만큼이나 보편적인 감정이 없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질투는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만족감은 질투의 감정을 낮춰 준다. 마음이 편하고 하는 일이 순조로운데 무엇을 질투하겠는가?'


나에게는 창조적인 시간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최근 글쓰기에 대한 동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졌었지만 다시금 중요성과 재미를 재고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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