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관련 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연애'와 연관된 검색어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 연애' '전공의 평균 데이트 횟수' 등 생각지 못한 검색어였다. 정형외과 전공의와 연애 중인 본인의 연애 상담을 비밀댓글로 남겨주신 분도 있었다. 아마 각자 본인의 연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사실 '연애'란 어디에서나 흥미로운 대화 소재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카페의 절반 이상 대화 주제가 아마 '연애'일 수도 있다. 특히 미혼 남녀들에게 사랑에 대한 고찰은 한 개인의 우주를 잠식하기도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주제라 조심스럽지만, 지난 4년간 미혼으로, 전공의로써 관찰한 '병원의 연애'에 대한 소개 글이다.
지인들의 연애 케이스?
1. 의사-의사 커플
주변 전공의들을 보면 의사, 의사 커플이 가장 많다. 대개 학생 때부터 만나온 장수 커플이 대부분이다. 그게 아니라면 소개팅을 받을 때도 다른 병원 전공의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 스케줄을 서로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같은 직종을 많이들 선호한다. 그리고 병원 용어 및 의학 용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면도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하루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는 전공의 특성상, 의학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측면은 관계의 시작과 유지를 상당히 수월하게 해 준다.
2. 의사 -간호사 커플
병원 일을 하면서 눈이 맞는 경우도 많다. 사실 병동, 외래, 수술방 등 간호사 선생님들과 매일 마주친다. 개중에는 일을 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선생님들도 계신다. 친해지면 일뿐만 아니라 취미나 여가시간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병원 생활의 이해도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의사 간호사 커플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본 케이스는 응급실에서였다. 인턴 시절을 떠올려보면,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고 한 동기들 두세 명은 응급실에서 만났다. 응급실 특성상 일하는 공간이 같고, 처방과 액팅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의사, 간호사가 협업하는 일이 타 병동보다 많아서이지 않을까,,
3. 의료인 - 비의료인 커플
전공의 중에서는 의료인을 일부러 만나지 않는 의사도 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일한 후 연인과의 대화에서까지 병원 일을 얘기하기 싫다는 동기도 있었다. 대개 소개를 받거나 병원 외부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다. 나 또한 일부러 의료인을 피한 건 아니지만, 이 케이스에 해당했다. 병원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더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좋았다. 전공의 때의 연애 덕분에 주식과 경제 뉴스에 눈을 떴고, 병원에만 매몰되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전공의의 연락 빈도?
전공의들은 주로 카톡으로 업무를 한다. 콜폰이 따로 있긴 하지만, 콜폰은 정말 병원 업무를 위한 통화 용이다. 콜폰보다는 카카오톡 그룹 챗에서 많은 업무들이 이뤄진다. 그래서 연인과의 연락을 카톡으로 한다면 카톡을 알림을 안 볼 수 없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3-4시간 이상 카톡을 못 보는 경우는 수술이 길어진 케이스가 유일했다.
하지만 정신없는 업무를 할 때면 카톡이 온지도 모르는 때도 있다. 몰랐다기보다는 답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바쁜 업무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한번 확인이 가능했다. 그래도 '전쟁통에도 연애는 한다.'라는 말을 빌리자면,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지금 바쁜 것만 끝나고 연락하겠다.'란 답장을 해줄 틈은 있다. 연락은 관계를 위해,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자, 시간보다는 우선순위의 영역이다.
모든 전공의를 대표하는 주장은 아니다. 연락에 대해 큰 의의를 두지 않는 분들도 분명 있다. 연애와 연락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데이트 횟수?
당직 횟수는 병원마다, 과마다 다르다. 그리고 연차마다 다르다. 요즘은 전공의 주 88시간 수련이라는 법 개정으로 당직 횟수가 꽤나 합리적이다. 주 2회 정도, 주 중, 주말 한 번씩이 포함되었다. 주말 하루 정도는 여유가 난다. 교육이나 세미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말 토, 일 모두 일정이 있는 경우는 없었다.
주변 동기들을 보면 주 1회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의사-의사인 커플은 서로의 당직 사정으로 인해 2주에 한번, 한 달에 한 번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집이 가까운 경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등 주중에도 자주 보는 케이스들도 꽤 있다.
사실 전공의라고 해서 연애가 다른 건 아니다. 타 직종에 비해 비교적 바쁜 스케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연애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은 있었다. 연애시절 뜬눈으로 지새운 불당직을 서고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수원에서 출발해 북악산을 올랐던 기억도 있다. 개인마다 사랑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이렇게 열정적일 때도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위대한 가치 중 단연코 1등은 사랑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기를 원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비혼주의자이더라도 꾸준히 연애와 사랑을 희망한다.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파생되는 동기부여와 행복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직종에 상관없이 상대와 본인의 관계 안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현명한 사랑을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