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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사 Jan 19. 2023

북리뷰 25. 히든 리치 - 고스트 라이더

대한민국 부자들의 인터뷰

히든 리치 - 고스트 라이더


히든 리치의 작가는 대필 작가이다. 대필 작가란 정치인이나 기업가 등 유명인들의 책을 공저하거나, 대신 집필해 주는 작가를 뜻한다. 대필을 통해 책을 낸 저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필 작가는 '고스트 라이더'라는 필명으로 활동한다.


작가는 그동안 대필을 위해 만난 부자들을 대상으로 공통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현재 자산은 얼마인가?

2.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나?

3.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나?


20명이 넘는 자산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한국 자산가들의 실제 이야기다 보니 더 현실적이었고 읽으면서 그들의 몇몇 공통분모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망각'이라고 했다. K 전 대표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실패의 경험, 운이 나쁘다는 생각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성공의 기쁨, 운이 좋았던 것들만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좋은 운만 자신의 운이고, 그러므로 '나는 잘될 수밖에 없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어버린다고.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드려서 결국 '제사 덕분에 비가 내렸다.'라는 결과를 얻어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의 습성을 자신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자들이 갖고 있을 거라고 단언했다.


어떻게 그 타이밍에 집을 사고, 어떻게 저 주식이 뜨기 전에 들어갔는지. 겉으로 보기에 부자들은 '운이 좋은 사람'이란 타이틀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제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면에는 무수한 투자 실패들이 선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매번 이익만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부자들의 차이점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었다. 실패하더라도 그다음 도전이 이어졌다. 투자 실패 대신 성공을 기억하며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란 인식을 가진다.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 평가하는 사람과 운이 나쁘다고 평가하는 사람 중 누가 부자가 될지는 불 보듯 자명하다.



부자는 탄탄한 보급을 확보하고, 든든한 세력을 확보한 뒤 안정적인 심리 싸움을 벌이는 사람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복 탄력성'은 어디에서 올까. 다른 자산가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탄탄한 보급과 든든한 세력, 안정적인 심리 상태가 회복 탄력성의 근원이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되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했다. 그 기반은 안정적인 가족이기도 했고, 꾸준한 봉급이 나오는 직장이기도 했다. 언제든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인맥도 그 기반 중 하나였다.



운은 '감'에서, '감'은 '행'으로부터 옵니다.


부자가 되는 운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 돈을 벌 기회가 있을지를 포착해 내는 감에서 판가름이 난다. 그러한 감을 인지하고 그 감을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노력, 끊임없는 시도, 즉 실제 행동이라는 얘기였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 누구나 해오던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 뜻밖의 황금이 숨겨져 있어요. 결국, 승부는 '남다른 기회'가 아니라 같은 기회에 보여주는 '남다른 방식'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돈을 벌려면 현재 본인의 업무를 탈피하고, 색다른 분야를 도전하는 'Brand new challenge'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책에 등장한 몇몇 자산가들은 대부분 하던 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더 낫게 한 이들이었다. 이미 몸담고 있는 분야에 어느 정도의 경험과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이면을 보는 능력이 부자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 가장 많은 경우가 본인의 과거, 친족, 무분별하게 벌려놓은 인맥, 사적 모임, 취미 생활 등등과의 '인연'이라고 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끔은 다른 사람이 되는 시기도 필요하다. 기존의 습관을 탈피하고, 어울리는 사람의 유형이 달라지면서 본인의 말과 행동이 달라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 익숙하고 편안한 'Comfort zone'을 탈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을 때 이전과 다른 삶이 펼쳐진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변화일 때 그 불편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뭐냐, 불란서 작가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럽디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내 생각도 딱 그렇지라. 살던 대로 살아서는 돈 모으기 쉽지 않으요. 때로는 어거지도 부리고, 또 때로는 땡깡도 부릴 줄 알어야 허투루 안새나가고 돈이 모아지는 것이지라.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대목 중 하나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돈의 속성' 김승호 저자도 비슷한 말을 하였다.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상상 속에 살아간다.' 세상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있다. 살아있는 동안 경험해 볼 장소와 사람,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 본인의 상상과 의지 없이는 그냥 주어지는 대로 경험하고, 생각과 상상의 크기는 언제나 그대로이다.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내가 상상하고,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수많은 책을 집필한 작가답게 글은 술술 읽혔다. 실제 자산가들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지만, 그 대화를 재구성하는 글에서 작가의 통찰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이(Interviewee)들의 두루뭉술한 표현도 작가의 해석을 보고 나면 새롭게 와닿았다. 개인적으로는 부를 일구고 지키는 것에 대한 마인드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에 대한 배움도 함께 얻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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