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기분이다. 특히, 요즘은 끝없는 방황의 열차에 올라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 어디로 빠르게 이동할지 모르는 이 열차 위에서 과감히 몸을 던져 탈선한다. 과감히 뛰어내린 탓인지 온 몸은 흙과 상처 투성이다. 굳이 열차에서 뛰어내리지 않아도 될텐데,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을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험한 행동을 한 이유는 내 인생의 방향을 내가 느낀 공기, 향기, 온도, 분위기, 경험을 통해 직접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 한 발 이끌어 나가고 싶어서겠다.
요즘,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트라우마와 공포 그리고 불안에 대해 알게 되고, 원하지 않았던 현실과 자신의 모습에 직면한다. 고독은 우울의 모습을 닮아 있었고, 우울은 고독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둘이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내겐 고독과 우울 두 마음이 공존했고, 이 둘은 평행을 이루며 머무른다. 그리고 이는 불행인지 행운인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말이다. 막상 기차에서 탈선하고 몸을 크게 뒹굴어보고 나니, 바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똑바로 보기가 어렵다. 혼미한 정신과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것도 마찬가지. 처음엔 이대로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일 저일 잡히는대로 다 하며,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상처 투성이인 몸을 이끌어 그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당장 입으로 집어 넣어야할 식량과 물이 필요했기에 직접 몸을 움직여 사냥을 나서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움직여야 했다.
급급히 본능에 따라 사냥을 행한 덕분인지, 개인의 목숨을 지지할 수 있는 적당량의 물과 음식을 얻었다. 정신이 보다 맑아지고, 상처는 꽤 아물어 딱지가 졌다. 몸과 마음이 정신차리지 못하던 상황에선 결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나는 자신의 길을 직접 걸어나가기 위해 열차에서 몸을 던진 것이 아닌, 다시 한 번 길을 잃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보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울감과 고독감을 걷어내고 혼자되어 자신과 걸어온 길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뜨개질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의 소음 혹은 자동차 경적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한 가지에 몰두했었다면, 지금은 숲을 보고 있다고 해야할까? 그 숲을 이루는 나무와 벌레, 꽃과 이슬, 바람과 빗방울, 흙과 풀, 동믈과 곤충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은 이 모든 것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고독과 우울, 혼자됨은 또 다시 내게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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