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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Jul 03. 2023

고독을 믿기로 했다.

고독함에 대하여를 쓴지 4일 째 되는 날 아침이다.


영원한 고독과 영원한 고통,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처럼 평생 곁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았던 고독감은 지난 4일 전보다 꽤 가벼워졌다.


고독 그리고 그와 동반하는 외로움과 우울함의 성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형태는 변한듯 보인다. 전에는 깊고 어두운 두려움이 두 눈을 가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으로 만든 것 같았다. 보이지 않기에 두려웠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바람 그리고 향기마저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형태가 변화해 눈부신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냐고?”


그건 아니다. 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으며, 공포 또한 여전히 엄습해 온다. 하지만, 이 공포와 불안이 전보다 익숙해진 듯 하다. 성질은 그대로지만, 형태가 변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했냐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탓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내가 괴롭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불안과 공포의 원인은 무엇인지 고찰한다. 이는 생존을 위한 변형일지도 모른다. 이 고독으로부터 얻게 되는 공포와 불안이 나를 죽이기에 숨고 피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보고 피하고 싶다. 피하다가 상처가 나도 좋다. 맞서 싸우고 싶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그러나 우리는 끝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받아들지 못한 자에겐 죽음이란 결과만이, 견뎌낸자에겐 그만한 상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좋아보이는 문은 대부분 커다랗고, 길은 표장이 잘 되어 있다. 반면, 소수가 찾아가는 길은 늘 울퉁불퉁하고, 몸 하나 욱여넣기 어려운 좁은 통로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과 현재는 어떻게하면 저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학수고대하는 꼭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이 고독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넘어지고, 지쳐 또 혼자 웅크리고 앉더라도 괜찮다. 다시 흙을 털고 일어나 정진할 것이다. 고독은 내게 그럴만한 힘을 기르도록 도와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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