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30)]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곤 하던 책을 손에서 놓은 지 두 달이 넘었다. 한국 와서는 책 읽을 생각도 기록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가 지나가기 급급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걱정은 많는데 생각을 멈춰버린 느낌.
생각이 게을러지니 몸도 게을러지고.
해야 할 일은 많아서 하면서도 항상 어깨가 무거웠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면서도 웃고 즐겁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좋은 추억도 쌓았는데.
웃고 울고 화나고 지치고 힘들고 이러한 감정들이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기록할 엄두도 못 낸 연말이었다.
생각도 정리정돈이 필요한데
내 머릿속도 정리정돈이 필요한데
지친다는 이유로 손 놓고 어질러놓았다.
사람마다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손도 꼼짝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생각정리 하루정리가 되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하니 몸도 덩달아 움직이지 않는 때.
두 달 동안 어질러 놓았으니 이제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24시간 1440분 동안 내가 어제와 다른 어떤 감정을 느꼈고 뭘 했는지. 그날 읽은 책에서 어떤 걸 느꼈고 기억에 남는 구절은 뭐였는지. 내일 뭐를 해야 할지.
간단하게라도 기록하려고 한다.
작년 브런치 글을 보며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이런 다짐을 했구나.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같은 하루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해 기록을 다시 하려 한다.
생각의 게으름을 기록으로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