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묵직한 존재

[해외임신/출산 일기(마지막)]

by 스트로베리


# 무통천국은 나에게 없다


무통주사와 촉진제를 투여했지만 여전히 진통은 1분에 한번. 1시간 30분 동안 효과가 있을 거란 이야기만 수십 번. 도저히 참다못해 무통주삿바늘을 다시 꽂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지옥 같은 1시간이 흘렀고 내진을 했다. 아니, 촉진제 투여 후 2시간 30분 만에 다 열린 것이 아닌가.


너무 아파 옆에서 손잡고 같이 호흡하던 남편에게 성질낼 뻔했는데 이제 분만을 시작한다는 소리에 웃음이 나고 이제 살았다 싶었다.


분주하게 분만 준비를 시작하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엄청나게 빨리 자궁문이 열렸다며 반갑게 들어오는 담당의사 선생님.

연습한 힘주기를 하는데.. 세상에 분명히 무통이 안 들어 진통을 쌩으로 느낀 나. 하지만 힘줄 때 느낌이 많이 안 드는 게 아닌가. 그래서 감이 안 잡혔다.

(사실 딸기가 아빠 닮아 머리가 살짝 컸다)

처음시도에 실패 후 자신감을 상실. 하지만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농담도 해주고 남편도 도와주고 해서 분만시작 30분 정도만에 딸기를 만날 수 있었다.


10월 27일 오후 1시 41분 딸기와의 만남

머리가 나왔다고 하고 몸이 쑥~ 나오는데 이렇게 시원할 수가! 딸기가 세상밖으로 나오고 내 가슴 위로 올라오는 순간.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옆에서 사진 찍던 남편이 웃기는 바람에 사진 속 나는 울다가 웃고 있었다.

초음파상 3.9킬로였는데 태어나니 3.3킬로 롱다리 딸기

후처치를 하는 동안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데 남편이 대성통곡을 하는 게 아닌가. 옆에서 간호사선생님들이 운다고 놀려댔다 하하

눈물 참느라 고생 많았어.


아픈 기억은 한순간이라 빨리 잊힌다는 게 진짜인듯하다. 고통은 없어지고 따뜻함이 내 가슴에 와서 얹힌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건강하게 엄마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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