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

직장병행 수험생에게 보내는 편지

by 손민규 변리사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소파에 눕는 것.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그냥 조용히 숨만 쉬는 것.


그런데 당신은 그러지 않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오늘 공부할 분량을 머릿속으로 계산합니다.

스터디카페 자리가 있을까 걱정합니다.

오늘 야근이 있었으니 2시간밖에 못 하겠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을 버텼습니다. 남은 건 없었습니다.



내가 망한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았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직장병행 수험생으로서 처참하게 실패해봤습니다.

일주일에 고작 10시간. 그게 제가 쥐어짜낸 공부시간의 전부였습니다.

2년 동안 그 시간으로 버텼고,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왜 안 되는지.

열심히는 했으니까요. 피곤한데도 앉았고, 졸린데도 버텼고, 쉬는 날도 책상 앞에 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올바르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항아리 비유가 내게는 뼈를 때렸다

공부는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항아리에 물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양을 꾸준히 부어야 합니다.

그 최소치를 채우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부어봤자 그냥 다 새어나갑니다.

저는 그 최소치를 채우지 못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주 10시간. 하루에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그걸로 뭔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컨설팅을 통해 많은 직장병행 수험생을 만나면서 저는 이 기준을 알게 됐습니다.

주 24~30시간. 하루 4~5시간, 주 6일. 이 정도가 확보될 때 비로소 공부는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 기준에 못 미친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다른 선택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번아웃은 적이 아니라 신호다

직장병행 수험생을 만나면서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은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만 다녀도 힘들어 죽겠는데 거기다 공부까지 하는 겁니다.

번아웃이 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많은 분들이 이런 실수를 합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달립니다. 며칠을.

그러다 완전히 퍼집니다. 며칠이 날아갑니다. 아끼려다 더 크게 잃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번아웃은 나약함의 신호가 아닙니다. 무시하면 더 크게 옵니다. 알아채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쉬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더 오래 가기 위한 투자입니다.



계획이 없으면 확신도 없다

바빠서 계획을 못 세운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퇴근하고 나면 그냥 공부라도 한 분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계획 세울 시간에 한 페이지라도 더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계획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어느 날 시험일이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내가 지금 합격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습니다. 뭘 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열심히는 했는데 어디를 향해 갔는지 모릅니다.

반대로 계획이 있으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됩니다.

합격각이 나오거나. 아니면 이 페이스로는 무리라는 걸 일찍 알아채거나.

어느 쪽이든, 계획은 나에게 정직한 현실을 알려줍니다.



잠과 싸우지 마세요

수면을 가장 먼저 줄이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만만하니까요. 잠을 줄이면 시간이 생기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수면 부족이 쌓이면 1~2주가 한계입니다.

집중력이 무너지고, 업무에서 실수가 나오고, 퇴근 후엔 스터디카페가 아니라 침대로 직행하게 됩니다.

아낀 잠보다 잃어버린 공부 시간이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


충분히 자라고는 못 드리겠습니다.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최소한만은 지키십시오. 그리고 주말에 조금이라도 보충하십시오.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직장병행의 현실에서 이게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욕심이 오히려 당신을 느리게 한다

"3개월 안에 반드시 합격한다."

이 마음이 나쁜 게 아닙니다. 절실함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직장병행의 현실에서 이 욕심은 자주 역효과를 냅니다.

무리한 계획은 중간에 무너지고, 무너진 계획은 자책으로 이어지고, 자책은 번아웃을 앞당깁니다.

직장병행으로 단기간에 대단한 성과를 낸 분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극소수입니다. 그분들의 수기를 보고 자신에게 그대로 대입하는 건 위험합니다.

꾸준하게 갈 수 있는 계획이, 무리한 계획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긴 호흡으로 가십시오. 그게 결국 더 빨리 도착하는 길입니다.



당신이 오늘도 책을 펼쳤다면

저는 직장병행으로 2년을 망했고, 그 이후에 올바른 방향을 찾았습니다.

지금 제 컨설팅 수강생 중 30~40%가 직장병행 수험생입니다.


그분들 중 많은 분이 합격하셨습니다. 하루 3~4시간으로도, 올바른 전략이 있으면 됩니다.

퇴근 후 지치고 졸린 몸을 이끌고 오늘도 책상 앞에 앉은 당신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이미 충분합니다. 이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 방향을 찾는 데 저와 함께하시겠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퇴근 후 공부하고 계신 모든 직장병행 수험생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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