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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구닷 Feb 05. 2017

#9. 회사 다니면서 먹고살 것 찾기

아오 먹고 살기 참 힘들다.


아니. 연재가 언제 이렇게 밀렸지.

한 달에 한 번은 브런치 연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쓰다 보니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나버렸다. 회사생활과 회사 외부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퇴근 후에는 가방에 든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로 직행하다 보니 집에 오면 잠자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브런치 연재는 종료되었냐는 질문들이 많아서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글을 쓰게 된다.


머했냐고? 먹고살 길 찾고 있었다.

왜 찾냐고? 먹고살라고. 진짜다.

대기업 연봉도 짭짤할 텐데 왜 헛짓거리 중이냐고? 회사에서 더한 헛짓거리도 하는데 머.

그래서 머 좀 했냐고? 하다가 뒤엎고 다시 새것 하고 하는 중이다.


회사생활과 외부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시간은 줄었지만 이야깃거리는 늘었다. 취업과 직장생활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브런치이지만 기본적으로 후배분들과 주변분들에게 좋은 고민거리를 던져보고 내가 그 행동대장이 되는 게 목표였으니 방향성은 잘 맞는 것 같다. 그리하여 브런치 연재는 종료된 것이 아니었고 사실은 새로운 콘텐츠 준비와 앞으로 먹고사는 법 찾아가는 헬조선 청년의 이야기로의 태세 전환을 도모한 것이다. 특히 후자는 내 인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니 앞으로 몇 년이고 재미난 소재가 많이 나올 것 같다.


먹고살려고 회사 다니기 VS 회사 다니면서 먹고살 것 찾기

먹고살라고 회사 다니는 줄 알던 시기도 있었다. 으레 그런 말들 하잖아.

회사 그 스트레스받으면서 왜 다니냐?
젠장... 먹고살아야 될 거 아녀?

지금도 늦은 시간에 카페를 가면 많은 인재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 정신줄 의지한 채 토익이며 자격증이며 준비하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들인데 그들 중 꼭 하고 싶은 목표나 일이 있어서 진정으로 자신의 공부를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취업해서 먹고살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연봉이나 안정성 같은 거를 따지는 것 아니겠어?

성실히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잔인한 소식 하나 전하자면 회사 다니면서 먹고살 길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네이버에 "직장인 투잡"이라고 검색하면  맛집 검색만큼이나 우후죽순 자료들이 범람하는데 한 마디로 성실히 준비해서 취업하면 본격 먹고살 길 찾기가 시작된다는 거다!!! 하하하... 신난다!

녹색이웃에서 직장인 투잡을 검색한 결과

캡처 화면 스윽 훑어보다가 더 절망적인 거 발견해서 다 같이 공유하고 싶다. 위에 두 번째 기사를 보면 투잡의 이유가 1위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어서"이고 2위는 "여유 있게 돈 쓰고 싶어서", 3위는 "노후대비 및 여유자금 마련", 4위는 "빛 청산, 결혼자금 등 목돈..."이라고 쓰여있다. (이거 다 같은 말 아녀?)

대한민국 여성 래퍼 1위는 윤미래, 2위는 T, 3위는 조단 엄마, 4위는 드렁큰타이거 아내라는 것하고 똑같아 보이는데. 기분 탓인가.



왜 회사생활에 만족을 못할까?

일종의 생존본능이고 개인의 가치관 차이가 아닐까.

이전 글 #8-2.  젊은이들은 왜 사표를 내는가 그 첫 번째에서 나의 직업관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람은 유니크하고 업무는 제너럴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자동차 산업. 그중에서 우두머리인 현대기아자동차는 10년 전에 분명 이 정도의 위치까지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다. 싸이언으로 핸드폰 시장을 점령하던 LG의 모바일 사업부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보다도 수익성이 안 좋다. 모토로라가 무너질 줄 누가 알았으며 수많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직방/다방에 돈 주지 않고는 영업하기 힘들어질 줄 누가 알았으랴. 시대에 뒤쳐지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고.


대기업에서 이것저것 무슨 프로젝트도 하고 저것도 해보고 많이 해봤다는 분들도 스타트업에 지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도 막상 동료와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내가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위치기반 SNS 서비스인 바크의 디자인/마케팅 담당자분께서 연재한 이거 뭐 써먹을 데가 있어야지...라는 글을 을 참고하면 좋다.)

 

자동차 업계에서 구매 직무를 해왔지만 내가 구매를 할 줄 안다고? 택도 없는 소리. 대기업 자본에 의한 지배적인 구매 구조가 있었기에 구매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는 자작은 고사하고 원재료 업체를 찾는 것부터 일이다. 가까스로 도매 계약을 하고 나면 재고 관리부터 제품 사진은 어떻게 찍고 비용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도 머리 싸매야 한다. 가그린에 우리 회사 이름 하나 새기려면 그 흔한 OEM을 해야 하는데 MOQ(최소 발주 수량)이 30만 개 쯤된다. 하하하. 돈 없는 신생기업에게 OEM도 쉽지 않더라고.


요약하자면..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싫고 무엇보다 불안하다는 거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일을 하기에는 내 본능이

너가 하는 업무 비스무리한 건 누군가 만들어준
소꿉 놀이지 진짜 일이 아니야.
너가 하는 건 엑셀 하고 PPT 놀음이잖아?

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으니까. IMF고 서브프라임이고 시도 때도 없이 훅훅 들어오는데 회사에서 나가라면 할 것 없는 중생들은 다 나가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경제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자주 온다. 지금 보면 나라도 형태만 유지하고 있지 내부는 망한 거잖아? 드라마 같은 일들이 눈 앞에서 계속해서 일어난다고!!!




나중에 내 일 기계가 1초면 할 거야.

사회는 너무 빨리 변하고 사람의 역할을 작아져만 간다. 기계적인 일은 기계에게 너무나 쉽게 대체되는데 기계적인 일이니까 기계가 하는 게 당연하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최근에 유명세를 떨치는 스티치 픽스라는의류 추천 스타트업을 사례로 들어보겠다. 긴장 좀 해야 될 거야.

다분히 스타트업적인 홈페이지 화면

최근의 의류업계 트렌드는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는데 나처럼 패션의 ㅍ도 모르는 패알못 녀석도 마케팅 시장의 갓파더인 페이스북께서 찔러 주시는 일용할 정보로 어깨넘어 아래 정도의 흐름만은 알고 있다.

충성도 높은 브랜드로 고객이 알아서 사니 브랜드 마케팅하는 놈 - 나이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슈퍼 고 마진이어도 알아서 사주는 놈 - 샤넬 등 명품

트렌드는 빠르니까 싸고 빠르게 대량으로 훅훅 찔러보는 놈 - SPA 브랜드(유니클로)

개인 맞춤형 O2O 정장 서비스로 남정네들의 패션을 챙겨주는 놈 - 스트라입스

셔츠부터 양말까지 여기저기 모아서 대신 스타일링 추천해주는 놈 - 맵씨

컨셉별로 제품을 담아서 아예 박스째 구매하게 해주는 놈 - 바이박스

최근의 트렌드가 그랬다. 이전에는 그냥 옷을 생산하고 마케팅하는게 다였지. 고객들이 살려면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맞춤형으로 바꿔주고 이제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대신 옷까지 골라주는거다. 옷을 생산하는 업체는 널렸고 여기저기 브랜드도 널렸고 소비자는 넘쳐나는 정보에 압도되어 피곤해지고 있으니 소위 말하는 패션 피플들이 모여 빈티지며 빈티지, 청순이면 청순. 대신 큐레이션을 해주는 플랫폼이 되어주자. 사람마다 옷의 감각과 스타일이 다르니 정말 유니크한 일이야.

그런데 두둥. 이제는 그 유니크한 큐레이션의 영역까지 시스템이 대신해준다. 스티치 픽스는 옷 사진 하나 없이 연매출 3천억 원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패션업계의 혁신기업인데 특징은 이렇다.

고객님이 프로필을 작성

인공지능 녀석이 알아서 옷을 추천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그중 5개를 골라 배송

입어보고 맘에 드는 것만 구매. 나머진 반송

이러한 사람들의 정보를 모아서 다시 학습

시스템이 열공해서 발전 발전

옷을 고르는데 지친 민심을 달래주는 컴퓨터가 알아서 일을 해준다. "이렇게 편한 서비스가 나오다니 정말 기쁘다!" 를 외치기 전에 "오! 곧 내가 하는 기계적인 품의와 보고서도 컴퓨터가 알아서 해줄 테니 기쁘다!" 고 해야겠다. 편한 서비스로 인해 우리는 곧 회사를 안 가도 되는 영원한 평온의 상태로 빠져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하.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려고?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를 캐치하고 실행하는 능력보다는 어떻게 하면 절대적인 위기에 처하는가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피하고 대비하는 본능을 타고난 것 같다. 덕분에 늘 불안감에 떨며 미래를 개척하려고 발버둥이지만.


시작하며 말했듯 그동안의 브런치는 취업과 회사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현자 타임이 오는 게 어차피 취준생들은 무작정 취업을 하려 하고 회사생활은 내가 이런저런 게 문제다!라고 말해봐야 바뀌지도 않는다. 사실 이렇다 할 해결법을 제시해 주지도 못하거니와 있다고 해도 상대가 눈 가리고 귀를 다고 있으니 될 리가 있나.


그래서 연재하는 내용을 좀 바꾸려고 한다. 나도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 사업을 하고 싶으니까. 사업을 나름 준비하면서 기획단계에서 망가지고 고민하는 내용부터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서비스 설레밤의 생생한 창업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이다. (회사는 잘 다니고 있습니다).


기존의 창업 관련 정보들은 둥글둥글하고 원론적인 이야기가 많고 이미 시장에서 통하는 필드 플레이어분들의 글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참고하는데 어려움도 좀 있었다. 물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값진 정보도 무수히 많다. 무엇보다 서점에서 책 사서 읽어봐야 아무 도움도 안 되더라.


본인은 출시 예정 서비스의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니 그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다행히도 완전 기획단계에다가 완전 초짜이다 보니 정말 쉬운 고민부터 성장하면서 레벨업 된 연재 글까지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덧붙여 회사를 다니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인간의 고단한 삶도 함께 공유해 줄 예정이다. (회사에 거역하려고 하면 이렇게 힘드니 적응하게 낫다고 위로들 할 수 있을거다)


일단 다음 연재는 작년 거대한 꿈을 꾸고 도전했으나 기획 단계에서 발견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 서비스 "직무무"(가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니 어설픈 플랫폼 하겠다며 골머리 싸메는 청년들은 꼭 참고해주기 바란다. 어차피 내 입장에서는 사장되어 먼 미래에나 해볼까한 일인 데다가 누군가가 해주면 이 나라에 도움은 되겠다 생각했던 서비스이므로 가감없이 직무무를 얘기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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