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너

by 식빵엔 땅콩버터

우리 딸은, 10살 초등학고 4학년 생이다. 늘 키 번호가 2번 아니면 3번인 아담한 그녀. 작은 키가 아쉽다며 그 작은 손바닥을 머리 정수리에 가져다 놓으며


"엄마, 나도 키 크고 싶엉."


참, 귀엽게도 고백한다.


인생 조금 더 오래 산 엄마는 작은 키가 무슨 대순가 싶은데, 10년을 산 너의 인생에서는 아직 키가 대수인가 보다 싶어 그냥 웃어넘긴다.


토요일 오전.

예전 같았으면 "엄마 놀아줘, 아빠 놀아줘" 했을 그녀는 친구를 만난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고 나간다.


갑자기 생긴 자유 시간에 찾아간 한적한 집 근처 스타벅스. 자리를 잡고 앉아 더블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새하얀 반팔 티셔츠에 허리까지 기다랗게 긴 생머리로 싱그럽게 웃는 여학생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혼공하러 온 사람들 대여섯 명만 있는 공간에서 그 정적을 깨는 건 그녀의 웃음소리뿐. 고등학생이라 짐작되는 그녀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지만 예쁜 그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꾸물꾸물했던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 아무런 의심도 없고 아무런 사심도 없는 웃음소리 덕분에.


10살 어린 딸의 귀여운 투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키가 고민의 전부인 10살의 어린 너.(아니지. 다른 고민도 있겠지만.. 일단은) 너도 그 고등학생인 언니도 커서 어른이 되고 한없이 복잡한 때를 만나겠지? 그래도 순수했던 그래서 빛났던 오늘을 지금의 나처럼 떠올리며 흐린 마음에 잠깐이라도 햇살이 비치길...


아차차…

카페에 같이 온 꽁지머리 남편은 아까부터 내 옆에 앉아서 여느 때처럼 내가 듣고 있는지 딴생각인지도 모른 채 그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강력한 토크력을 탑재한 그… 의 이야기도 들어볼까나. ㅎ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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