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돌아왔다. 시간은 언제나 지나고 보면 금방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서 학기 초까지만 해도 멀게만 느껴졌던 초등학교 4학년 우리 집 그녀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기다리던 여름방학이라며 기분 째지는 그녀. 그리고 뭔가 복잡 미묘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나.
여름방학 1일 차
9:00 AM
친구와 같이 공부(?)하겠다며 문제지를 챙겨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그녀. 1일 차부터 열공모드? 의외의 행보에 살짝 놀랐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배웅을 하며 나는 나대로 방학 전과 동일하게 나의 루틴을 이어간다. 운동하고 돌아와 씻고는 외출을 서둔다.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나는 지체 없이 빠른 속도로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올 계획을 세운다.
1:00 PM
집에 돌아와 한숨 돌리고 좀 앉아보자 했던 그 순간에 걸려온 그녀로부터의 전화.
"엄마~ 어디야~?"
"방금 집에 왔어~"
"그으뤠? 우리도 이제 10분 정도 있다가 들어갈게~ 그리고 내가 집에 가서 달걀 볶아줄게~ (엥?) 내 친구랑 나랑 같이 먹자."
친구에게 두어 번 달걀을 볶아줘 본 그녀. 친구의 맛있다는 칭찬에 기세등등. 달걀볶음 요리 경험자로 자기만의 요리 노하우가 생긴 건지 친구들이 집에 오면 그녀는 그녀의 요리 실력을 뽐낸다.
프라이팬에 들러붙은 달걀까지 박박 긁으며 이게 진짜 맛있는 거라고 프라이팬 코팅을 벗겨낼 듯이 달걀볶음을 있는 힘껏 한데 모으는 그녀.(앗!) 내가 준비한 반찬에다가 그녀의 달걀볶음을 더해 점심 식사가 시작되었다. 친구랑 먹으니 더 신이 났는지 세 그릇 뚝딱하는 그녀.
2:00 PM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 한 잔 하며 잠시 쉬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어김없이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우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0번만 하자." (뭐? 나 제대로 들은 거 맞니? 10번?)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2명으로는 부족했는지 나를 놀이 멤버로 합류시켰다. 앉아서 할 수 있는 놀이로 시작을 해보자 꼬드겨 봤지만 무참히 실패로 돌아가고, 네버앤딩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선생님 꽃이 피었습니다.
할~미 꽃이 피었습니다.
...
여러 버전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이어가며 그녀들은 아주 신나 보였다. 아마도 이걸로 1시간은 거뜬히 놀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마지막으로 3번만 더 하자에 가까스로 합의를 하며 네버앤딩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대장정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여름방학 2일 차 아침
올해 유난히 긴 장마 시즌임에도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반짝하고 나왔다. 장마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던 건 인과관계가 분명한데, 오늘은 날도 좋은데 왜 몸이 여느 때보다 더 무겁다고 느껴지지? 혹... 시... 그녀의 여름방학... 무궁화 꽃이...
허허... 그런데 이걸 어쩐다. 어제가 여름방학 1일 차에 불과했다는 거. ㅎ 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