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인간극장 2024)

by 식빵엔 땅콩버터

몇 주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인간극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엥? 아직도 이걸 해? 아닌가, 예전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알아보니 내가 본 건 최근에 방송된 것의 재방송. 어찌 되었든 2000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2024년 현재까지도 계속 방영되어 왔던 것이다. 그 이전에도 챙겨봤던 건 아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포맷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마치 2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본 건 총 3편.

- 우리 집에 노을이 왔다

- 달콤 살벌한 그녀, 아영이가 돌아왔다

- 아빠는 살림왕

제주도에서 11살, 8살, 6살 아들 셋에 다운증후군 막내 노을이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희정 씨 부부, 도시에서 살다가 부모님의 고된 농사일을 이으려고 시골로 돌아간 아영 씨 그리고 몸이 불편한 정신의학과 의사 아내와 입양한 유치원생 두 아이를 둔 14년 차 50대 전업주부 김대홍 씨의 이야기.


30분 이상 걷지를 못하는 아내를 매일 직장까지 출퇴근시키고 집안 살림에다가 두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기까지 하는 김대홍 씨 편은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남들이 쳐주는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전업주부로 가족을 돌보는 그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살림왕 아빠.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로 살던 그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한 후, 가사와 일을 모두 할 수 없었던 아내를 위해 전업주부로 삶의 방향을 튼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중심이 된 삶,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삶, 그리고 인정중독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었다. 게다가 어려운 환경임에도 감사를 잊지 않는 그들에게서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하고 책을 쓰던 기자 시절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그때는 그때대로 좋았고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 그리고 지금이 제일 좋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김대홍 씨. '지금이 제일 좋다'는 확신에 찬 그의 말에 왜 마음이 요동치는지.


그는 사람이란 지치기 때문에 화나 짜증이 나는 거라고 했다. 두 유치원생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며 땀 흘리며 운동하는 그의 노력하는 모습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억만금을 가진 사람들보다도 그들의 가식 없이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에서 그들이 거머쥐는 행복의 양이 훨씬 더 많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지나간 삶에 대한 한탄, 후회, 낙담과 같은 부정적 기운으로 나 자신을 흑화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자꾸 남의 인생이 부럽고 내 인생이 초라하게만 느껴지면서 마음이 저 깊은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면,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이야기하는 <인간극장 2024>를 통해 현재를 힘차게 살아갈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지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