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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피엔딩

by 식빵엔 땅콩버터 Sep 09. 2024

3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석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과물을 얻었다는 것에 안도했고 기뻤다. 새로운 삶에의 기대와 희망이 있었지만 내 옷이 아닌 것 같은 옷을 입고서는 맞는 옷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학교에서는 깔끔하고 합리적이었던 군더더기 없는 인간관계와 확실한 공과 사의 구분이 편했지만 반대로 진하고도 끈끈한 '정'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음식도 분명 맛있었는데 뭔가 내 몸에는 맞지 않았다.


찬란했던 순간과 혼돈의 시기가 혼재했던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들리던 전철 소리에 잠은 깼으나 해 질 녘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전철의 모습은 장관이었고 어둠 속에서도 20대의 나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모습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 시간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건 과정 속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행복하기도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행복이란 건 찰나고 어쩌면 나는 그 찰나를 생각보다 여러 번 그 어둠 속에서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온 뒤, 나는 취직을 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는 진행 중이다. 이렇게 십수 년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간들은 나에게 특별하다. 성장통이라는 말처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찾아온 그때의 그 고난은 나를 분명 성장시켰다. 그리고 내 인생에 여러 이야깃거리를 더해줬다.


지금도 내 삶은 풀리지 않는 고민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하나씩 풀어가며 또 십수 년이 흘러 되돌아봤을 때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게 기억되면 좋겠다. 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기를.


Good-bye.

일본을 떠나는 날,  공항 가는 길에 찍은 내 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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