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가 말하는 계속기업이란

계속기업가정에 대하여

by 작가h

한 겨울, 한 제조업체 회의실에서 대표님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회계사님, 올해만 넘기면 흑자 전환입니다. 계속기업 문구는 좀 어떻게 안될까요? 금융기관에서 압박이 있는데.”


재무제표를 다시 보니, 유동비율 48%, 3년 연속 당기순손실, 그리고 자본잠식. 썩 좋아보이지 않는데요.

회계는 ‘이 회사가 계속 운영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즉, 재무제표는 기본적으로 ‘계속기업 가정’ 위에서 작성됩니다. 그런데 이후 1년 이상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있다면, 감사인은 보고서에 강조문구를 넣어 외부에 리스크를 알려야 합니다. 외부인에게 주는 경고 메세지 같은 것이죠. 리스크가 더 심하면 의견변형—한정, 부적정, 심지어 의견거절—로 이어집니다. 회사에서는 싫어 할 수 있지만, 시장에 필요한 신호죠.


대표님은 현실적인 걱정을 합니다.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가 달리면, 대출 만기 연장이 깨질 수도 있어요.” 그렇죠. 금융기관은 ‘리스크’에 예민합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문구 자체가 아니라, 그 문구가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유동비율이 바닥이고, 영업이익이 계속 마이너스며, 자본이 급속히 깎이고 있다면, 보고서에서서 문구만 뺀다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죠.


저는 대안을 차근히 물었습니다. “자금 운용계획은요? 확정된 유상증자, 전환사채, 매출채권 팩토링, 부동산 매각 계획은 있으신가요? 뒷받칠 만한 증빙은 갖고 계시죠?” 계획이 구체적이고 집행가능하며, 외부 증거로 뒷받침되면 얘기가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중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강조문구 없이도 갈 수 있죠. 반대로 계획만 있고 증거가 없으면, 문구를 빼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날 회사는 저를 설득했습니다. 확정된 조달 20억, 비용절감안 실행 메모, 핵심 납품계약 갱신 서한. 모자란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실행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내년에 진행사항 보시고 고민하시죠." 일단 올해는 불확실성 문구를 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사 보고서의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는 시장을 향한 알람이고 경고하지 않을 경우 감사인도 그 부분에 대하여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회사는 금융기관과 외부 투자자들에게 좋지않은 신호를 보내는것이기에 문구에 더 예민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회사가 이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로 인하여 투자를 못받게 되는 상황도 염두해 두어야 하죠. 가능하면 최대한 달지 않고 버틸 때 까지 버티는것이 최선입니다. 대신 달지 않아도 될 근거를 만들어야죠. 하지만 결국 유동비율이 바닥을 치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추가 조달이 어렵다면—그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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