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선
1. 뉴닉과 트렌드라이트라는 뉴스레터는 각기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쓴다는 것. 뉴닉은 정치와 경제를, 트렌드라이트는 유통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매일 혹은 매주 전하는데, 그 어렵고 복잡한 이슈를 매우 명료하게 전달한다.
2.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건 쉽고, 쉬운 내용을 쉽게 쓰는 것도 쉽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뉴닉과 트렌드라이트는 어떻게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두 미디어의 글 쓰는 노하우가 궁금해 뉴닉에서 마련한 '뉴뉴콘: 나의 지식, 새롭게 쓰는 법' 강연을 들었다. 강연에는 뉴닉의 에디터 두 분과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기묘한 님이 강연자로 나왔다. 아래는 강연 내용 중, 고개가 마구 끄덕여졌던 포인트들.
3.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기 위해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내 글의 가장 중요한 독자는 '나'라는 사실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를 이해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단어, 이 표현, 이 문장, 이 흐름이 납득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묻고, 또 가장 많이 물어야 한다. 내가 완벽하게 이해되고 만족하는 글이어야 내가 타깃 하는 독자에게도 쉽고 재미있는 글이 된다. 뉴닉에서 '경제 브리핑' 레터를 담당하고 있는 에디터 분은 실제로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레터를 맡았었는데, 자기가 모르는 용어들을 스스로에게 설명해 준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듯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4. 통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말도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내용이 쉬우면 형식도 캐주얼하게 접근하게 되는데, 내용이 어려우면 되려 형식도 각 잡고 글자 수로 승부를 봐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휩싸이게 되는 것 같다. 지식/정보성 콘텐츠의 목적은 독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지 학술 논문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다양한 사례와 그래픽, 영상 등을 곁들이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생각해 보면 논문조차 표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5. 사람들이 쉽고 잘 쓴 글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문장의 유려함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뉴닉의 또 다른 에디터 분은 유려한 문장보다 필요한 건 '길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목표지향적인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다. 물론, 주술호응, 미사여구의 최소화 등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지키는 건 쉬운 글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내가 본래 쓰려던 글의 취지와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며 의도한 방향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길을 잃지 않은, 메시지가 명확한 글은 독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
6. 마지막으로 세 분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인풋이 많아질수록 깨달음이 깊어진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에겐 하나의 이슈라 하더라도, 그 이슈 아래에는 수많은 개념과 맥락들이 연결돼 있을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가 여러 소스들을 많이 읽고 다각도로 해석하며 이해할수록 글은 명쾌해지고 입체적이 된다. 기묘한 님은 투자하는 만큼 거두는 법이라며, 좋은 콘텐츠를 소비해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구독하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만 13개 내외이고, 내돈내산 콘퍼런스도 많이 참여하신다고.
7. 누가 그랬다. 공급자(제작자)가 힘들수록 사용자는 편하고 쉬워지는 거라고. 덕분에 나는 어려운 분야의 지식을 유용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