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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주 Jul 13. 2024

세상의 점들을 더 잘 연결하는 방법

나를 성장시킨 책


1. 기획을 잘한다고 PR을 잘하진 않지만, PR을 잘하는 사람 중 기획을 못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기획력은 그만큼 PR인에게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여러 기획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기획력은 곧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점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연결하고, 공감 가능한 하나의 메시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획력이었다.  


2. 그래서 나는 기획력을 점과 관점, 쇼잉 이렇게 세 등분해 각각의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에서 가장 어렵고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하다 느끼는 부분은 '관점'이다. 관점이 좋은 사람들의 강연을 듣거나 책을 보며 나에게 적용할 부분은 없는지 찾아보고 실제로 행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게 그래도 관점을 키우는 데 꽤 도움이 됐다.


3. <에디토리얼 씽킹>의 저자 또한 내가 평소 팔로우하는 관점 모델 중 한 분이었다. 저자는 볼드저널 편집장을 거쳐, 여러 매거진을 창간하고 디렉팅 한 경험이 있다. 20년 가까이 기획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매거진 업계에 계셨던 분의 책이니, 고수의 비밀노트를 드디어(?) 엿본다는 마음에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설렘 가득했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책에 매료됐다. 책 제목부터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기획력!


4.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이다. 책에서는 수집, 연상, 범주화, 프레임, 콘셉트 등 에디토리얼 씽킹을 위해 저자가 구사했던 12개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5. 12개의 방법 중, 가장 공들여 읽은 부분은 '연상'과 '범주화' 파트였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연결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두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온 예를 가져오자면, 종이학을 가지고 누군가는 색종이나 사랑 고백 같은 1차 연상어만을 떠올리지만, 어떤 이는 더 나아가 무용함과 비애감이라는 감정과 연결시키며 자신만의 의미 경로를 창조해 낸다. 연상 그물망이 크고 풍성하게 펼쳐질수록, 재료에 내포되어 있던 의미의 경로를 새롭게 발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6. 책에서는 이 연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 '질문하기'를 제안한다. 대상을 바라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하위 속성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획 회의 초반에 많이 하는 마인드맵과 유사하다. 한 대상을 단면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마인드맵이 더 풍성해진다.


7. 예전에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방법을 소개한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요새 OOO이 인기야"라고 누구나 다 아는 현상을 단순 인지하는 것에서 끝내고 싶지 않다면, 트렌드를 이루는 요소들을 잘게 쪼개어 기저에 흐르는 맥락까지 파고 들어가보라 했었다.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던지지 않고 탄생하는 기획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질문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는 수밖에.     

 

8. 연상만큼 범주화도 관점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풍성하게 재료를 모았다면, 특정 기준을 세워 재료를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범주화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재료 서랍장을 만드는 일이랄까. 재료 간 유사성과 연관성을 알아보고, 비슷한 것들끼리 라벨을 붙여 머릿속 서랍장에 넣는 것이 바로 범주화다. 범주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재료 간 '유사성'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 눈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9. 저자는 <아이디어 생산법>이란 책의 "오래된 요소들을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능력은 관계를 알아보는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관계를 알아보는 능력이란 결국 자신만의 언어로 본질을 규정하는 능력, 유사성과 연관성을 알아차리는 능력, 분류 기준을 정하는 능력일 것이다."


10. 결국 '연상'과 '범주화' 모두 방법은 좀 다르지만,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깥의 자극과 정보, 현상을 해석하고 정의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역시 왕도는 없다. 성실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근육을 계속해서 단련하는 것 외에는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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