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책
1. '일의 격'이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회사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이드였다면, '커넥팅'은 직업인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커리어 설계 가이드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2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20만 원 이상 값어치의 커리어 코칭을 받았네!'였다.
2.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져 '일하는 사람'이 오히려 귀해질 것이라는 AI시대. 저자는 그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커리어를 '여정'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며, 스스로를 '워커(work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로 규정해야 한다 말한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면 워커,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가지고 조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플레이어.
3. 워커가 추앙받던 평생직장 시대에는 한 단계씩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기 위해 '커리어 패스'를 만들었다면, 플레이어가 필요한 AI시대에는 다양한 역량과 경험을 계발해 특정 커리어가 필요할 때 이들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4. 커리어 포트폴리오는 세 가지 블록으로 구성된다. 역량 블록, 경험 블록, 역할 블록. 우리가 보통 경력기술서 앞단에 쓰는 '핵심 역량', '주요 경험' 등과 맥락적으로는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블록'이란 개념을 들여와 커리어 설계를 언제든 모듈화가 가능한 게임처럼 느끼게 했다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라 생각했다.
5. 역량 블록은 해당 직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직무 역량'과 일을 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기반 역량'이 있다. 기반 역량은 모든 커리어에 필요한 기본 역량으로, 직무 역량이 아무리 훌륭해도 기본 역량이 부족하면 연차가 쌓여도 더 큰 차원의 업무로 확장해 나가지 못한다. 기반 역량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쓰고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문제 해결 역량, 전략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역량, 이 세 가지 기본 역량만큼 중요한 역량이 있을까 싶다. 정말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다.
6. 경험 블록이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connecting dots'이다. 어떤 경험도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것은 없기에, 삶에서 겪는 모든 경험을 내 것으로 자산(블록)화해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하지만 이런 '경험 다다익선' 관점에는 "이것저것 경험하다가 물경력이 될 위험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듯 따라온다. 저자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커리어의 '목적'이라 강조한다. 여기서의 목적은 단기적인 목표라기보다는 '나는 무엇이, '왜' 되고 싶은가'에 대한, 삶의 지향점에 가깝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자. 이것이 커리어 포트폴리오의 근간이며, 여러 경험들을 꿰는 중심축이다. 커리어의 목적 없이 경험만 주구장창 늘려가는 것이 물경력이다.
7. 역할 블록은 역량과 경험 블록을 바탕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수행 중인 역할, 지금 하고 있는 역할 중 더 강화하고 싶은 역할, 내가 가진 역량/경험 블록을 조합해 앞으로 새롭게 만들 역할 등을 정리하면 된다. 단, 역할 블록에 들어가는 '역할'은 취미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그 역할로 인해 수익 또는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생산적인 것이어야 한다. 나는 수영을 너무 좋아하지만, 수영 강사를 내 역할 블록에 넣을 수는 없다.
8. 각 블록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누군가 당신을 발견할 확률을 높이라"라고 조언한다. 인용한 연구가 인상적이었는데, 화가 49만여 명의 이력을 바탕으로 어떤 화가들이 일류 화랑에서 전시를 하는지 확인한 연구였다. 연구에 따르면, 동일 화랑에서만 계속 전시한 화가보다 유명하진 않아도 세계 곳곳 여러 화랑에서 전시한 화가들이일류 화랑 전시로 연결될 가능성이 6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 '초기부터 집요하고 끈질기게 탐색하는 것이 운을 높이는 비결이다. 재능만으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눈에 띌 확률을 높여라.'
9. 이 책의 대부분은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확장하는 방법을 소개하지만, 마지막 챕터에서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태도도 강력한 커리어 블록이라 강조한 저자의 근거는 이렇다. "당신의 능력이나 경험이 아직 그리 뛰어나지 않다면? 성실과 열심으로 무장하라. 구시대 꼰대의 가치라고 폄하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을 차별화해 줄 것이다. 성실과 열심히 이 세대에 환영받지 못하기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그 태도가 더욱 빛난다는 것을 기억하라."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통찰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