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덕글귀] 어른의 해피뉴이어

사실은 아직도 어린

by 종덕

해가 다 가도록 글 한 줄을 쓰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아주 바빴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실은 게을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올해는 인생의 아주 중대한 일을 이루었기에 스스로를 봐주려고 한다. 결혼이라는 축복과 현실을 맞이한 해니까, 올해는 그저 나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내주겠다. K-결혼준비라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혼하기까지 나는 점점 더 안정되고 행복해서 쓸 말이 없기도 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그동안 쓴 글을 한 번씩 읽어봤는데, 역시 (나에겐) 슬픔과 우울 속에서 글이 더 화려하게 꽃피나 보다. 이젠 행복한 글도 잘 쓸 수 있길 바라며…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글을 시작한다.

2025년이 가고 2026년, 또 새해가 다가왔다. 어느 날부터 나의 새해 소망은 그저 ‘건강과 무탈’이었다. 그것이 행복의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세월의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아니 나는, 욕심이 덜어지고 겁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주 어린 시절의 나는 늘 좋은 일만 있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게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같은… 그리고 조금 더 자랐을 땐,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임을 깨닫고 좀 더 현실적인 소원을 빌었다. 아니, 소원이 아니라 현실적인 새해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 영어 공부하기, 책 읽기 같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더 비현실적이었나 싶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인 나는, 언젠가부터 내 사람들의 ‘건강과 무탈’만을 바라게 되었다. 이는 나의 욕심이 덜어진 것이라 느껴져 성숙해진 것 같으면서도, 겁이 많아진 것 같아 슬픈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목표는 어차피 못 이루겠지, 이런 소원은 어차피 안 이루어지겠지. 그러다 결국은 정말 하늘에 맡겨야 하는 소원을 빌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늘을 탓할 수 있게.

하지만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다. 갈수록 ‘건강과 무탈’,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빌면서도, 너무 큰걸 바라는 게 아닐까 하고 마음 한 구석에 유리조각 같은 불편함이 남아있다. 안 이루어질까 봐 가장 무서운 소원이기도 하고. 또 겁이 많아지고 말았다. 아,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새해 소망 하나 깨끗한 마음으로 빌지를 못하고, 단단하지 못한 마음으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불편한 마음으로 벌벌 떨면서 ‘건강과 무탈’을 빌다니. (심지어 건강하고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이 글을 쓰면서 2026년의 새해 소망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내 사람들의 ‘건강과 무탈’과 함께, 제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요.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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