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않는게 이기는 거야, 누나

#73. 남동생의 입장

by 풍선꽃언니
누나,
누가 계속 싸우려고 해 봐야 그 사람들 사과 안 해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 사과 어떻게 받았다 치자
그렇다고 엄마가 돌아와?
그 줄타기 외벽 칠 하면서 먹고사는데
누나 때문에 자칫해서 사고 났다고 탓이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마
제발 싸우지 말고 그냥 잊어.

며칠 동안 <엄마의 죽음에 아빠의 살해 가능성>을 논하던 외갓집 식구들에 대해 분노했다. 결과적으로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이런 것이 엄마의 환경이었다면 엄만, 얼마나 좌절스러웠을까 개탄했다.


어제저녁 남동생은 올케 없이 혼자 우리 집에 왔다. 부대로 출근한다고 거짓말하고 몰래. 올케는 들으면 들을수록 상식 밖의 내 외갓집 일들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남동생은 원가족끼리 할 얘기가 있다보니 슬그머니 올케를 두고 혼자 온 것이다.


남동생의 분노가 나만큼은지는 모르겠다. 여자(며느리)가 잘못 들어오면 사람이 죽어나간다는데,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황당했다고 한다.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난리 치고 일어섰을 것 같은데 남동생은


"아, 네가 또 헛소리를 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응대했다고 하니,

맷집이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남동생은 싸우지도 상종하지도 말 것을 권유했다.

어제 남동생이 집엘 와서 아빠도 나도 기분이 호전되었다. 남동생이 나보다 더 한 얘기를 듣고도 초연한데 내가 이즈음에서 분노를 가라앉힐 것을. 안 보고 살 사이에 굳이 열 내고 고통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고 나니 한결 기분이 가볍다


외갓집 식구들은 엄마의 죽음 뒤에도 서로가 죽었으면 한다며 여전히 으르렁 거리는 중이다. 안타깝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으면서도 이해는 간다. 가난해도 화목한 집들도 많은데 양보는 없이 내가 보는 손해만을 생각하니 서로를 수용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진심으로 안타깝다.


오늘로 나는 그들을 내 가슴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침부터 아빠가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