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척들이 엄마의 죽음과 관련해 아빠를 모함한 것이 충격적이었다는 사실을 내뱉었다. 아빠와 난 이모 둘, 사촌동생 하나와 통화했다. 서로 제 탓은 아니라며 변명을 늘어놨다. 해결은 안 되고 상처만 깊어졌다. 애초부터 그냥 묻어야 할 것을 캐내서 외려 내가 더 고통받는 것 아닐까, 싶어 이쯤에서 접었다
아빠는 아침부터 내게 짜증이 많다. 시작은 남편이 어젯밤 이불을 난다고 작은방 문을 열어두었는데 거기 까르가 소변 실수를 한 것부터였다.
"몇 번을 얘기했는데 방문을 자꾸 열고 다니는 거야?"
아빠는 내가 평소 게으르고 살림살이를 안 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억울했다. 살림이라는 게 한다고 딱히 표시 나는 게 아니다. 아빤 집안 정돈이 안되어 있을 때마다 불 끄고 다녀라부터 시작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오늘은 아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평소보다 조금 심한편인 것 같다
"죽으려면 너 혼자 죽지, 왜 자꾸 나까지 생각나게 해"
아빠는 감정 회로를 단순히 하는 스타일이다. 독이 된다 싶으면 경계하고 생각을 멈추어버린다. 불편한 기분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인 것이다.반면 나는 고통받는 주제에 대해 잘 떨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 안에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그 고통은 부피가 작아지지 않고 혈액 순환하듯 돌고 돈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의 작태가 괴로웠음을 드러내며 내 상처를 아빠가 감싸 안아 주길 바랐다.
아빠는 아직 혼자만의 동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내가 그렇듯 아빠는 아빠방 식대로 이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는데 불쑥 내가 끼어들어 휘저으면 휘청휘첫 한다. 화내는 아빠에게 말대꾸하며 억울하다 난리 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나도 내 상심의 배출구가 필요하다. 남편도 아빠도 날 받아주지 못하면 내 상심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난 보통은 고민을 혼자 이겨내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괴로움이 내 안에서 삭히지 않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