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었다
#1. 자살이었을까, 실족사였을까
3월 23일 화요일, 2주 전 오늘.
우리 엄마는 추락사로 사망했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자살이었을까 실족사가 맞는 걸까
죽은 엄마를 붙잡고 다그쳐 물어보고 싶다
엄마 스스로 그런 거라면 왜 그랬냐고 원망하고 싶고
경찰에서 추정하듯(또 가족들이 그리 믿고 살고자 하듯) 실족에 의한 추락사가 맞다면 그 또한 묻고 싶다
굳이 카레를 만들려다 말고 왜 방충망까지 열어 환기하는 행동을 했는지, 어째서 27층의 창밖을 날아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던걸 누군가의 목격과 신고로 우리가 알게 만든 건지.
어느 쪽이든 엄마가 나빴고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은 온통 혼란 속에서 엄마의 죽음이 자살이든 추락사든 간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채로 조문객을 맞았다
몰랐는데, 어머니 지병이 있으셨어?
우리 가족이 아닌 사람이 듣고 받을 충격과
우릴 바라볼 (불쌍해하는) 시선을 짐작하기에 가족들은 엄마가 지병이 있었다며, 심장마비로 갑자기 그렇게 되었노라고 말을 맞췄다. 체면도 체면이지만 그 편이 모두에게 나았다. 우리 모두는 엄마의 죽음을 논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귓가에 내리 꽂히는 엄마가 아파트 27층에서 추락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조차 계속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일이라고 해도 기가 막힐 노릇에, 나를 포함 아빠나, 남동생, 그리고 우리 엄마에겐 아들보다 더 아들이었던 내 남편, 며느리며 온 식구는 생살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심정이었으나, 덤덤히 거짓 사유를 말하고 위로를 받으며 속으로 깊이 울었다.
장례식장이 준비되기까지 우왕좌왕하다가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을 내놓으라는데 이 사진 저 사진 마음만 급해 내가 찾아낸 사진들은 남동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동생이 찾아 보여준 사진은 몇 년 전 내가 결혼할 때 찍은 가족사진.
사진 속 엄마는 예쁘고 활력이 넘치는데(우스갯소리로, 야 너보다 너네 어머니가 더 아름다우시네 할 만큼) 정작 신부인 나는 결혼식이라는 큰 이벤트에 놀라 우황청심환에 취해 멍해 있어 불만이었던 결혼사진이었다.
엄마 아빠가 안방 벽에 대짝만 하게 붙여두었는데 남동생네 결혼사진은 똑같이 안 해둔 것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날 더 사랑하나 봐~ 하고, 유치하게 기뻐했던 사진, 그리고 그 사진 속 엄마
그러나 엄마가 죽은 지 2주가 지난 지금 항상 안방에 걸려있던 내 결혼사진은 떼어져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빠가 치워버렸다)
우리 엄마는 죽어버리기엔
아직 너무 예쁘고, 젊은, 소녀 같은 사람인데
지금 나는 사라져 버린 우리 엄마가 정말 정말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