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77. 고려대ㅡ맥쿼리 통번역 PRE CERTI 과정 개시!!

by 풍선꽃언니

월요일 저녁 7시. 고려대 맥쿼리(이하 KUMU) 통번역 석사 입학시험 대비반이 개강을 했다. 2011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교수님>되시는 분과 마주하고 공부를 하려니 마냥 설레기만 했다.

이번에 KUMU과정에 과감히 등록하기로 한건 엄마의 죽음이 강력한 동기였다. 연예인 요조가 그랬던가. 오늘 먹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미뤄뒀다가 나중에 하려고 보면 그땐 살아있을지 어떻게 아냐고.


통번역대학원 입시는 나에게 요조의 아메리카노 같은 것이었다. 항상 원했지만 막상 다른 여건에 치여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그런 것. 학비도 비쌌지만 무엇보다 근무 스케줄이 오락가락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삶이 뭔가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는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입시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고작 입시대비반 개강에 호들갑을 떨긴 이르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난 나의 작은 몸짓을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 엄마는 남편이 대학원을 등록했을 때 정말 기뻐하며 합격증을 카카오 톡에서 일부러 다운까지 받아 사진첩에 저장을 해두었다. 그러면서도 남편 뒷바라지만 하다가 내 딸 뒤쳐지는 게 안타까웠는지 남편이 없을 때 나를 불러다 놓고 귓속말로 소곤소곤 얘기했었다.


"J(남편) 대학원 마치면 너도 꼭가. 돈이 없으면 엄마가 해줄게"


내가 입시대비반 듣는다고 방에서 오랜만에 안 쓰던 영어를 꾸물꾸물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만 신기해서라도 방문을 열고 들락날락거리며 내가 뭘 하는지 지켜봤을 것이다. 잔뜩 기뻐서 과일도 챙겨주고 무슨 수험생 강림하신 듯 뒷바라지 모드가 되어서 말이다.


엄마가 떠나고 대학원 입시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나중에, 살아있을지 모르는 내일로 미루면서 여건을 재고 따지기보다는 이젠 그냥 오늘 마시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라는 요조의 말처럼 그냥, 하고 살란다.


집에 엄마가 잔뜩 사다 놓은 포트메리온 그릇들이 찬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가 이젠 식탁에 예쁘게 올라앉은 것도 같은 이유다. 엄마는 찬장에 정리한다고 넣어놓을 때 이후엔 그 그릇들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나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 포트메리온 그릇들을 뽀독뽀독 닦아 매일 먹는 밥그릇이며 국그릇으로 쓰기 시작했다.


내게 통번역 대학원 진학과 포트메리온 그릇은 요조가 말했던 "오늘 먹고 싶은 아메리카노"이다.


열심히 해볼게 엄마,

다음번엔 입학 대비반 개강 소식 말고

입학 합격증 들고 와서 자랑할게!

기다려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아빠는 화냈다 "지 에미를 닮아서"